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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기본 정보

자료유형
학술저널
저자정보
제여매 (한국외국어대학교)
저널정보
한국독어독문학회 독어독문학(구 독일문학) 독어독문학 제57권 제1호
발행연도
2016.3
수록면
91 - 112 (22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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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의 사랑의 묘사는 “그 주제와 중심사상 Leitgedanken을 우연히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각 사회와 사회의 변화에 반응하는 것”이며, “개개의 사랑의 의미론은 우리에게 커뮤니케이션매체와 사회구조와의 관계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러한 전제하에 본 논문에서는 로버트 메나세의 소설 『라 만차의 돈 주앙 혹은 쾌락교육』을 중심으로 1960년대 이후 도래한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성과 사랑의 문제를 고찰해보았다. 사실상 68세대들에게 중요했던 것은 정치사회적 문제라기보다는 “새로운 주관적 집단정체성의 상징적 표현 symbolischer Ausdruck der neuen subjektiven Gruppenidentitat”이었다(Roberts 2000, 73). 68세대들에게 있어서 ‘성 해방’은 기성세대의 모든 가치관에서 해방을 선언하는 “주관적 집단정체성의 상징적 표현”이었다. 특히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선두에 나서게 되는데, 메나세의 소설에는 이러한 시대적 현상이 그대로 묘사되고 있다. 나탄이 만나는 여성들 중에서 18세기적인 ‘모성과 여성성’이 결합된 인성을 보여주는 인물은 없다. 여성들은 가사일과 자녀양육이 아니라, 남성과 동일하게 대학에서 전문적인 공부를 하고 다양한 직업에 종사한다. 무엇보다도 성에 대한 인식과 행동에 있어서 여성들은 오히려 남성들보다 더 개방적이고 적극적이다(Vgl. Menasse 2007, 208f). 그 반면 사회에서나 가정에서나 남성의 역할과 위상은 축소된다. “아버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 기껏해야 아버지의 부재가 나에게 중요했다”는 나탄의 발언은 그 시대의 남성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시기를 즈음하여 전통적으로 임금노동은 남편에게 가사노동은 아내에게 배당했던 ‘성별분업’도 급속도로 붕괴되기 시작한다. 또한 18세기 가정과 사회에서 통용되었던 여성과 남성에 대한 이미지와 역할규정은 20세기 중반을 기점으로 완전히 뒤바뀌는데, 이러한 현상들은 나탄과 여성들의 관계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특히 소설의 마지막에 나탄과 크리스타의 이별장면에서 나탄은 “나탈리 Nathalie”라는 여성으로 크리스타는 “크리스 Chris”라는 남성으로 분장을 하면서 남녀의 역할을 바꾸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Menasse 2007, 269ff.). 나탄은 전통적인 돈 주앙처럼 남성성으로 여성을 유혹하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기꺼이 남성을 포기할 준비가 된 인물이다. 다시 말하여 남성으로서 ‘패배’한 인물이다. 나탄과 같은 남성이 바로 ‘라 만차의 돈 주앙’이다. “내 나이의 사람들에 대하여 패배한 세대라고 말하는 것은 과장된 것이다. 하지만 상업성 속에서 패배하였다는 사실은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고 나탄이 회상하고 있듯이, 나탄의 체험들은 1960년대 이후 본격화된 상업적 소비자본주의가 만들어낸 현상으로서 단순히 개인적인 ‘연애담’이 아니라, 세대적 집단적 사회현상에 대한 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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