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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키워드
발터 벤야민이 소장한 파울 클레의 두 작품 중 〈앙겔루스 노부스〉에 비하면 거의 알려지지 않은 〈기적을 선보임〉에서는, 벤야민의 사상 및 개념들과 공유하는 특성들이 많이 발견된다. 본고에서는 그중에서도 특히, 벤야민의 ‘변증법적 이미지’ 개념에 주목하여, 벤야민의 역사철학적 사유와 클레의 조형에 대한 사고 및 그 표현의 접점에 대해 살펴본다. 이 그림은 기하학적인 것과 유기적인 것과의 대비를 비롯하여, 색상, 명암, 채도, 평면과 입체 등 조형적 방법의 대립, 그리고 옛것과 새로운 것, 동양과 서양의 고전, 자연적인 것과 도시적인 것, 삶과 죽음, 거주와 여행, 안과 바깥 등의 대비를 통한 내용적인 측면의 대극점들을 강조하여 보여주는 특징이 있다. 게다가 이러한 대립적 요소들은 여러 층을 형성하며 ‘팔림프세스트(재록양피지)’적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이것은 벤야민의 ‘변증법적 이미지’ 개념을 적확하고도 효율적으로 구현하는 조형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역사주의를 비판하며, ‘지금의 시간(Jetztzeit)“에 입각하여 지나간 시간의 폐기되고 잊혀진 사물과 유산들을 수집하고 발굴하는, ’알레고리커‘적인 고고학자의 태도를 역사가에게 권하고 있는 벤야민의 역사철학적 입장은, 〈기적을 선보임〉에서 모범적으로 구현되고 있으며, 클레의 대부분의 작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조형 방법이자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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