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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키워드
명 조서를 맞이하는 조선의 의례를 다룬 근래의 연구들과는 달리, 이 연구는 훈민정음의 제정과 관련하여 유교적 통치권력의 교화를 실현하는 언어와 문자의 역할을 보다 깊이 이해하려는 새로운 연구이며, 그런 입장에서 그 언어와 문자의 역할이 의례적 차원에서 어떻게 표상되었는지를 조선 초기 세종대라는 특정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살핀 논문이다. 이 논문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조선 초기 동아시아의 유교적 통치권력이 그것이 보편이라 내세운 가치를 관철시키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언어와 문자를 통해 표상되는 바를, 명의 조서를 조선에서 맞이하여 開讀 또는 宣讀하는 의례를 통해 살폈다. 그렇게 선초에는, 황제의 조서가 중화와 조선의 공간적 경계를 넘어 전달되는 것을 표상하기 위해 용정에 담겨 영접되고, 그렇게 전달된 조서는 개독하여 명나라의 말소리로도 동시에 조선의 말소리로도 읽는 의례가 정비되고 시행되었던 바, 결국 이러한 의례는, 황제의 성교가 명과 조선이라는 개별적인 왕조의 경계를 넘어 조선 국왕의 통치영역까지 전달되고 조선 국왕이 이를 자신의 것처럼 전유하여 조선의 성교를 통해 관철되는 것을 표상하는 의례였던 것이다. 즉 이러한 행위는, 같은 한자를 사용하는 공용문을 함께 쓰고 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명에서 쓰이는 말소리로 표상된 것을, 조선에서 쓰이는 말소리로 전환시켜 표상해주는 의례적 장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례와 이 의례를 가능하도록 해 주는 훈민정음의 역할을 통해, 개별적인 왕조의 경계를 넘어 명 황제의 성교와 조선 국왕의 성교가 상충하지 않고 매개되어 함께 작동하는 것으로 표상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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