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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키워드
1937년 고려인들은 자신들의 터전인 러시아 극동·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당하였다. 강제 이주 과정은 참혹했으며, 이주 지역은 황폐한 땅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처한 어려움에도 절망하지 않고 근면성과 학구열을 바탕으로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주었다.
강제 이주는 고려인들이 가지고 있던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강하게 뒤흔들어 놓았다. 그리고 이 강제 이주는 한 일정한 기간에 이루어진 사건으로만 끝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고려인들의 정체성에 영향을 준 요인이 되었다.
강제 이주는 단일한 원인이 아닌, 복합적 원인에 의해서 진행되었고, 그 원인들에 따라서 국가 정책이 각각 다르게 시행되었다. 정치적․정책적 원인에 따라 당시 고려인 지도층은 스파이라는 죄목으로 처형당했으며, 이후 이주 정착 과정에서도 뛰어난 능력과 재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스파이의 후예라는 연좌제와 소수 민족이라는 민족적 한계성 때문에 최고위급 직급을 부여받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경제적 원인을 통해서 고려인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던 근면성과 농업 기술력이 필요한 중앙아시아로 이주되었고, 그곳에서 거둔 농업적 성공은 그들을 중앙아시아 토착민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정치적․경제적 위치로 올려놓았다.
강제 이주는 고려인의 민족 정체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임에 틀림없다. 고려인들의 민족 정체성을 연구함에 있어서 1937년 강제 이주 사건을 정확하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러시아와의 외교 관계가 수립 되면서, 이제는 고려인들과의 접촉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공산주의 70여 년간 단절된 양 국가 간의 정치․경제 그리고 문화적 환경은 한국인과 고려인 사이에 뚜렷한 경계를 만들었다. 이러한 경계들은 서로 간에 오해를 초래하고 있으며, 한 핏줄 임에도 불구하고, 타민족보다도 더 서로를 불신하는 경우도 발생시키고 있다. 이러한 불신을 깨트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서로를 이해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본 연구는 고려인들의 민족 정체성을 연구하는 과정 속에서, 고려인 강제 이주 사건을 기능주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국가와 민족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아시아적 예로 제시하고자 씌어졌다. 또한 흩어져 있던 강제 이주 원인들을 종합하여 각각의 원인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들을 다각적 시각 아래에서 분석 하고자 하는 토대를 위해 씌어졌다. 미력하나마 이러한 노력을 통해서 보다 바르게 고려인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앞으로 각 원인들 간의 보다 심도 있는 비교 연구를 통해서 상호 연관성을 탐구하여, 국가 정책이 고려인들의 민족 정체성에 어떻게 작용되었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서 그러한 국가 정책은 고려인 개개인에게 어떠한 영향과 결과를 주었는지 연구 하고자 하며, 이는 앞으로 후속 연구의 몫으로 남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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