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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키워드
이 연구는 일제강점과 근대에로의 이행이라는 변혁의 시기에 양명학의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측면을강조했던 정인보(鄭寅普;1892~1950?)의 ‘감통(感通)’론을 통해, 근대 유교지식인은 주체를 어떻게 인식하고 그 주체성을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사회적으로 구현하고자 했는지 고찰해 본 것이다. 정인보는 식민지배 하의 민중들이 식민주의의 폭력 앞에 굴복하거나 주체성을 멸절시킬 것이 아니라, 실심을 인식하고 실심을 실현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새롭게 주체성을 회복할 것을 강조하였다. 이때의 주체성은 단순히 자존심의 회복이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맺음을 통해 주체를 실현하고 확장하는 것으로써, 죽음도 무릅쓰는 실천의지를 담지 해야 하는 것이다. 정인보는 양명학의 핵심처가 ‘치양지(致良知)’설에 있다고 보았다. 시비지심인 양지를 극진히 함으로써 내 마음이 곧 타자와의 간극을 넘어 하나 되는 감통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감통은 ‘존재의 깊은 근원’에 대한 자각과 ‘완벽한 자기 순화’의 추구를 통해 얻어지는 것으로서 정인보가 강조한 본심 주체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인보는 사람의 정신적 능력인 ‘얼’을 역사의 중심개념으로 삼았는데, 그는 양지를 ‘얼’로 보면서 우리 민족 고유의 주체정신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얼’은 개인의 정신적 각성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민족적 주체의식의 기반이 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정인보는 이 ‘얼’ 개념을 통해 주체를 확장시켜 민족 주체로서의 조선정신의 정립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본심 주체로서의 개인은 단순히 공동체주의에 함몰되는 것이 아니라 도덕본체로서의 본질을 깨닫고 그것을 사회적으로 실현해 나가는 존재이다. 그리고 민족 공동체의 구성원은 감통을 통하여 현실의 질곡을 극복하고 민중의 복리를 이루어야 하는 대의의 담지자가 된다. 감통을 통한 만민연대는 현대사회에서 대동사회라는 유교적 이상과 자유민주주의라는 근대적 이상을 조화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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