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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사에서 순수서정의 맥을 이었고 언어예술로서의 정점을 보여준 『시문학』은 자유시와 대극에 있는 시조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창간호 후기에서 박용철은 서정시뿐만 아니라 시조에도 눈을 돌릴 것을 약속하였다. 그는 창간호에 자신의 시조를 실었고, 2호에는 변영로의 수일한 연시조 「고운 산길」을 받아 실었다. 변영로는 박용철 외에 『시문학』에 의미 있는 시조 작품을 실은 유일한 주인공이 되었다. 박용철은 3호에도 자신의 창작 시조를 의욕적으로 실음으로써 시조에 대한 자의식을 일관되게 보여주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인보가 『시문학』에 가담한 것은 근대시조의 개척을 위해 중요한 계기가 되었을 것인데, 정작 정인보는 『시문학』에 번역 작품만을 남겼다. 우리는 『시문학』의 핵심인 박용철이 시조에 대한 자의식과 실천을 보였다는 것, 변영로의 시조를 받아 『시문학』에 실었다는 것, 『시문학』이 종간되면서 이러한 기획이 중단된 경로에 주목하게 된다. 만약 박용철의 원래 구상처럼 『시문학』이 지속되었더라면 변영로, 정인보 등과 함께 박용철은 『시문학』의 한 축을 한국 정형시에 내주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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