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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양고전학회 서양고전학연구 서양고전학연구 제2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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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과학사의 일반 상식에 따르면, 진화론이 출현하는 19세기 이전까지 생명체의 기원에 대한 유일한 설명으로서 통용되었던 것은 기독교의 창조론이다. 하지만 기원전 6세기와 5세기의 그리스 자연철학자들이 전개했던 자연철학적 사상에 비추어보면, 그런 상식은 매우 일면적인 것으로 드러난다. 이른바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들은 우리에게 진화론적 세계관의 맹아적 형태들을 보여준다. 그 단편들 가운데는, 예컨대 시간 속에서 진행되는 우주와 생명계의 진화, 단순한 형태로부터 복잡한 형태로 나아가는 유기체의 발전, 이런 발전의 우연적 성격 등에 대한 생각들이 산재해 있다. 그런 진화론적 관념들은 누구보다도 아낙시만드로스와 엠페도클레스의 철학에서 분명하게 나타나 있다. 이 두 자연철학자들은, 후대의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와 달리, 생명체들이 어떤 신적인 제작자에 의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영원히 있는 것도 아니며 우연히 발생한 것이라는 생각을 공유한다. 그들의 눈으로 보면 생명의 발생은 자연계의 우연적 사건이며, 우연에 의해 생겨난 생명체들은 시간의 진행 과정 속에서 외부 환경의 변화에 내맡겨져 다양한 형태의 변화를 겪는다. 특히 엠페도클레스는, 이런 변화의 결과적 양상이 그 우연적 생명체들과 외적인 생존 조건 사이의 관계 및 우연적 생명체들의 생존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는데, 이는 우리에게 다윈의 “적자생존”의 관념을 연상시킨다. 초기 그리스 자연철학의 이런 진화론적 통찰은 그리스 고전기 철학에서도, 중세 스콜라 철학에서도 수용되지 않았다. 그것은 오히려 비판과 배척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서양에서 그런 통찰을 발전시킨 후대의 어떤 사상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진화론뿐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19세기의 진화론은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이 자연철학의 형태로 기획한 세계관의 학문적 계승이자 발전 형태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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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CI(KEPA) : I410-ECN-0101-2014-100-002907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