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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가족제도와 자본주의 근대에 대한 비판과 대결의식이 채만식 소설의 기원과 원천으로 기능한다는 게 이 글의 문제의식이다. 다시 말해 텍스트의 무의식 차원에서 그 두 가지의 대결의식을 상징적으로 투사한 글쓰기가 채만식의 소설이라는 것이 이 글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의 핵심이다. ≪탁류≫에 대한 꼼꼼한 작품 분석을 통하여 이러한 문제의식의 설득력을 천착하고 확인하는 작업이 이 글의 목적이다. 이 작품에서 정주사와 정주사의 전제적 권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된 초봉이의 혼사는 전통적인 가족제도와 자본주의 근대에 대한 채만식의 비판과 대결의식을 투사하는 모티프로 기능하고 있다. 그 두 가지 대결의식은 정주사의 인물 형상 및 정주사에 대한 집요한 처벌과 응징 의지로 드러나고 있다. 전통적인 가족제도와 자본주의 근대에 대한 채만식의 문제의식을 대변하는 서술자의 냉소적 개입에 의해 정주사는 시종일관, 무능한 가부장의 형상으로 묘사되고 있다. 한결같이 부정적이고 열등한 타자의 기표들로 묘사되는 정주사의 형상에서 가부장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권위와 위엄은 그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더불어 냉소적 개입에 의해 정주사를 풍자와 냉소의 대상으로 타자화하고자 하는 서술자의 처벌과 응징 의지는 작품의 서두에서부터 분명한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채만식의 소설 지형에서 전통적인 가족제도와 자본주의 근대에 대한 비판과 대결의식은 시종일관 반복적인 변주를 보이고 있다. 그 두 가지 대결 의식을 반영하는 작품군들이 채만식의 문학지형에서 뚜렷한 가족 친족성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두 가지의 대결의식은 단순한 모티프 차원을 넘어 채만식 소설의 기원이나 원천으로 기능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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