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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키워드
에피쿠로스는 쾌락을 최고선으로 보고, 쾌락과 행복을 동일시한다. 그는 쾌락과 고통의 관계를 모순 관계로 파악함으로써 ‘고통 없음’을 ‘쾌락’과 동일시하고 같은 논리로 고통 부재의 평온함(ataraxia)에서 ‘불행하지 않음’을 ‘행복’과 동일시한다. 그러나 고통의 부재가 곧 쾌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고, 평온함 속에서 ‘불행하지 않음’이 곧 행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고통의 부재는 쾌락과 고통의 중립 상태를 의미할 수도 있고, 불행하지 않음도 행복과 불행의 중립 상태를 의미할 수 있다. 더욱이 고통 없는 상태의 평온함은 무료와 권태로 이어져서 불행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이처럼 ‘고통 없는 상태에서의 불행 내지 행복하지 않음’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쾌락과 행복하지 않음의 양립 가능성은 쾌락—행복 동일론을 반증한다. 따라서 아타락시아는 행복을 위해서 필요한 것일 수는 있어도 그 자체를 행복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또한 고통의 부재 상태로서의 평온함은 그것과 구별되는 순수한 쾌락의 존재 가능성과 그것이 더 큰 상위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따라서 아타락시아는 최고선이 될 수 없다. 에피쿠로스가 이상적인 상태로 보는 아타락시아는 결코 행복과 동일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최고선도 아니다.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 행복론은 ‘고통 없음’을 쾌락과 동일시하고 ‘불행하지 않음’을 행복과 동일시함으로써 행복이 아닌 것을 행복이라고 강변하는 오류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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