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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와 속성’, ‘본질과 현존’으로 이루어진 ‘실체의 원리’는 고대 중세 근대에 이르는 서양 형이상학 전반의 대표적인 도식이었다. 따라서 근대의 여명을 알린 데카르트의 코기토 명제(cogito ergo sum)의 도출 과정 역시 이런 실체의 원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떤 속성이 지각될 때 그 속성의 담지자인 실체가 현존한다는 것은 자연의 빛에 비추어진 자명한 원리라고 간주한 데카르트는 이런 실체의 원리에 기대어, ‘생각하는 나’를 ‘사유를 본질로 하는 실체’로서 정립함과 동시에, 자연 지배의 주인으로까지 격상시킨다. 그러나 이런 식의 실체의 원리는 문법상의 주술관계를 지나치게 확대한 일종의 ‘소유격의 신화’이며, 이런 신화는 실체아를 비판하고 ‘기체 없는 주체’를 강조하는 불교의 무아(無我) 사상에 의해 효과적으로 해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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