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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비교학회 세계문학비교연구 세계문학비교연구 제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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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 288 (26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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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현대소설의 서막을 열었다고 평가되고는 한다. 이는 비의도적 기억을 비롯하여 의식의 흐름이라 불리는 새로운 서술방식을 자신의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도구로 채택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소설이 그만큼 후대 작가들에게 끼친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프루스트의 소설에 영향을 받은 다양한 작가들 중에는 러시아 태생으로 모국어인 러시아어를 비롯해서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로 작품 활동을 펼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도 꼽을 수 있다. 나보코프는 미국에서의 오랜 망명 생활 중 대학에서 강의한 문학수업과 여러 인터뷰 등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20세기 가장 위대한 문학작품들 중 하나”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롤리타』의 기념비적 성공에 가려져 덜 조명되기는 했지만 나보코프가 프랑스어로 집필한 유일한 에세이인 『마드모아젤 오』에 나타난 프루스트의 영향을 분석하고자 한다. 나보코프의 자전적 에세이인 이 텍스트는 작가가 러시아에서 보낸 행복했지만 짧았던 유년기에 그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던 스위스 출신 가정교사인 ‘마드모아젤 오’에 관한 회상을 담고 있다. 이번 연구는 나보코프의 이 에세이가 특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첫 번째 에피소드를 구성하는 ‘취침 사건’을 변형된 형태로 재현하고 있음을 증명하고자 한다. 작가가 되기 이전 소년 나보코프는 어렸을 때부터 문학적 상념에 빠져있었고, 길고 고통스러운 불면의 밤을 겪었다는 점에서 프루스트 소설의 주인공인 마르셀과 닮은꼴이다. 하지만 프루스트의 소설에서는 잘자라는 엄마의 입맞춤 없이는 결코 잠자리에 들지 못하는 마르셀의 머리맡에서 엄마가 책을 소리 내어 읽어준다면, 소년 나보코프의 옆에는 엄마가 부재한다. 프랑스 문학수업을 통해 수 시간 동안 큰 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마드모아젤 오가 엄마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이다. 『마드모아젤 오』에는 그 어디에도 프루스트나 그의 작품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보코프는 프랑스어로 집필한 자신의 에세이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모든 드라마가 파생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취침 사건’을 변형된 형태로 재현함으로써 프루스트에게 간접적으로 경의를 표하고 있는 듯하다. 이렇듯 이번 연구는 상호텍스트 분석을 통해서 프루스트의 작품이 다른 시대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나보코프라는 작가의 특정 글에 미친 영향을 분석함으로써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갖는 독보적인 문학사적 의미를 새삼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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