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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사학회 여성과역사 여성과역사 제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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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키워드

    이 논문에서는 18세기 후반 20세에 청상이 된 김기화 처 조씨가 남편의 죽음에 임하여 자결을 결심했다가 포기한 과정을 기록한 『자긔록』의 분석을 통해 여성이 당시 사회 지배적 가치였던 극단적 열부 관념을 어떻게 수용하고 이에 대응했는지를 살펴보았다. 조선 후기 양반 남성 지식인들은 사망한 남편을 따라 자결한 여성들을 남편에게 절의를 지켰다는 이유로 칭송했다. 심지어는 부모의 만류를 뿌리치고 자결하는 경우에도 남편에게 절의를 지킨 것만을 내세워 칭송할 정도였다. 조씨는 『자긔록』에서 자결을 남편에게 절의를 지킨 것으로 인식했던 양반 남성 지식인들의 논리를 철저하게 내면화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조씨는 사망한 남편을 따라야 한다는 당위성을 역설하면서도 결국 이를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이를 통해 조선 후기에 과도한 열부 관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비단 양반 남성 지식인들과 열부만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열행을 실천하지 않은 여성들마저도 남성 지식인들의 열부관을 수용하고, 이 관념을 여성 자신들의 언어로 재탄생시키며 이를 실천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조씨의 인식과 행동에 이러한 괴리가 나타나게 되었을까? 17~18세기의 많은 남성 지식인들은 처의 남편에 대한 절의를 중시하고 그들의 극단적 열행을 칭송하면서도 자결까지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인식했다. 조씨는 이와 같은 남성 지식인들의 이중적 인식체계의 틈새를 놓치지 않고, 아버지, 백부 등의 자결 만류에 힘입어 아버지와의 천륜의 정을 저버릴 수 없다는 효심과 시부모 봉양 등을 내세우며 자결을 포기했다. 이렇게 조선 후기의 여성들은 극단적 열부 관념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양반 남성들이 형성해 온 논리들에 동조하고 순응해야 했지만 극단적 열부 관념에 배태되어 있는 모순이 있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는 극단적 상황에서는 이를 타개할 논리를 만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여성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조씨도 친정 아버지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아버지와의 천륜의 정을 당당하게 내세우며 삶의 길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극단적 열부 관념에 저항하지 못하고 그대로 수용하면서 주위의 도움을 얻어 자신 한 몸 죽지 않을 수 있는 설득력있는 논리를 만드는 것이 극단적 열부 관념이 지배하고 있는 사회에서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는 것이 당시 사회의 한계였다. 지역 사회 혹은 가문에서 열부 관념의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 친정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한미한 집안의 여성이 청상이 된 경우 주위의 압박에 의해 혹은 여성들 스스로 내면화한 가치에 의해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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