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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조선후기 북학파 문인 박지원의 중국여행을 재검토하여 근대전환기 지식인의 이국체험과 세계관의 변화 문제를 논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어느 시대에나 여행은 있어왔지만, 전근대사회에서 해외여행은 특별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기회였다.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되던 조선 후기로 접어들면 이러한 해외여행의 규모와 횟수가 급격히 증가한다. 그것은 주로 연행사와 통신사의 등장으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그 중 연행사의 중국행은 청나라가 수도를 심양에서 연경으로 옮긴 때로부터 시작되었는데, 이때부터 시작된 연행은 개항까지 계속된다.
박지원은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되고 있던 18세기를 살면서 조선이라는 폐쇄된 공간을 벗어나 당시의 최고 문명국인 청나라를 방문하여 많은 것을 견문한 뒤 그 이국체험을 탁월한 필치로 기록하여 ≪열하일기≫라는 걸작을 남겼다. 연암이 청나라의 발달한 문물을 개방적 진취성을 가지고 수용한 것은 그가 강조한 호문(好問)과 선학(善學)을 스스로 실천한 것이라 하겠고, 그것을 조선 현실에 적용한 것은 지변(知變)과 창신(創新)의 실례를 보인 것이라 하겠다.
그런데 연암이 이렇게 그의 이국체험을 탁월한 성과로 결실 맺을 수 있었던 것은 사전 준비와 뚜렷한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연암은 주지하다시피 북학파 동지들과 수시로 만나 조선현실의 개혁방안을 논의하면서 문제의식을 가다듬었고, 먼저 중국을 갔다 온 홍대용, 박제가, 이덕무로부터 많은 정보를 습득하면서 연행의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상태였다. 말하자면 여행계획과 집필구상이 이미 끝나고 실제 여행을 통한 확인절차와 집필만 남아 있었던 것이다. ≪열하일기≫를 보면 중국을 가서 무엇을 관찰하고 무엇을 물어볼 것이며, 어디를 들러 무슨 책을 구입할 것인지, 그리고 중국의 지식인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 것인지에 대한 사전 준비가 철저하였음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철저한 사전 준비와 연행 후 꼼꼼한 자료보강을 거쳐 ≪열하일기≫라는 걸작이 완성된 것이다.
이렇게 연암이 올바른 문제의식을 설정하고 성공적인 연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선배들의 연행경험과 북학파 동지들과의 토론에 힘입은 바가 크며, 연암의 의식과 세계관을 새롭게 형성하는 데 있어서는 청나라 지식인과의 교유 및 중국서적에 대한 광범한 섭렵이 큰 영향을 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열하일기≫는 개방적이고 현실주의적인 사유방식을 한 문인의 야심작인 동시에 18세기 동아시아 문명의 소통과 지식인의 교류의 결과물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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