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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전문학회 고전문학연구 고전문학연구 제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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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35 (31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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疫神이 등장하는 <처용가>의 시적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제외하면, <처용랑 망해사> 이야기는 신격의 경고를 무시하고 신격의 행세를 하다 나라를 망하게 한 헌강왕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처용 이야기가 신격인 처용과 신격의 모습을 한 역신의 이야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것 역시 신격인 처용과 신격 행세를 한 헌강왕 이야기라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疫神이 헌강왕의 타락상을 상징화한 것이 아닌가 유추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처용랑 망해사>에서 처용은 자신과 처를 부부로 맺어준 헌강왕이 자신의 처를 범간하는 걸 보고 <처용가>를 부르며 춤을 추고 물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처용가>의 화자가 역신의 간범 행위를 목도했으면서도 목도하지 않은 것처럼 표현하거나, 그리고 그 상황을 아내의 가랑이를 빼앗긴 것으로 표현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를 통해 <처용가>의 화자 처용은 헌강왕으로 하여금 남의 아내를 물건처럼 주었다 빼앗은 자기 행위의 의미를 스스로 성찰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본디 내 것이지만 빼앗긴 걸 어찌 하리오’라고 노래함으로써, 처용은 자신이 느낀 분노가 ‘내 것’이라는 관념적 허상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고 욕망의 굴레에서 벗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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