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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동서철학회 동서철학연구 동서철학연구 제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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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 - 288 (18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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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제 정동적인 것이 아니라, “정동(affect)” 그 자체에 주목한다. 정동에 대한 문제 제기를 계속하면서 정동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스피노자와 들뢰즈를 거쳐 마수미에 이르기까지 정동은 조금씩 구체화되고 명료해지고 있다. 마수미는 정동이 감정의 영역을 넘어 지각되는 대상과 무의식의 영역까지 아우를 것이라고 기대한다. 마수미는 『정동정치』를 통해 정동을 학문이 아닌 삶의 차원에서 고찰하고, 삶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러 의식들을 찾아내고 있으며 이 발견 속에서 인간이 추구해야 할 본질을 찾고자 한다. 마수미는 정동을 바다를 가로지르는 항해운동으로 비유하며, 정동이 정치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까닭을 대상과의 마주침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정동이 마주침이라는 마수미의 주장은 문학에서 정동이 구체화되는 양상으로 희망, 기억 그리고 윤리의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다. 정동의 관점으로 희망을 볼 때, 희망 그 자체의 의미를 보기보다는 희망으로의 이행에 초점을 둔다. 희망을 바라게 되는 상황을 떠올려보면 결국 희망의 전 단계에는 슬픔의 정동이 자리 잡고 있다. 슬픔의 정동이 기쁨의 정동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문턱’을 넘어야 한다. 문턱을 넘는 순간 희망이라는 관념이 생성되며, 이 생성의 과정에는 희망의 고유한 의미뿐만 아니라 그 원인도 포함된다. 기억도 희망과 마찬가지로, 기억을 과거의 시간 속에서 떠오르는 단순한 이미지로 그리지 않는다. 과거의 기억이 현재로 불러올 때 정동과 함께 발현되며, 정동을 통해 과거-현재-미래의 무경계적 관계를 가능하게 만든다. 정동은 기억의 양태에서 일종의 혼합물이자 계속해서 축적되고 움직이는 정동 그 자체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윤리는 웃음으로부터 시작된다. 마수미는 웃음을 일종의 “난입”으로 보고 있지만, 웃음은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일련의 힘으로 작용한다. 웃음은 가장 실천적인 영역으로 모든 대상에게 평등을 보장하는, 어떻게 보면 가장 숭고한 정동의 양상이다. 웃음은 유희가 아니라 극단의 가치를 껴안고 상황을 비틀 수 있는 행위이자 감정의 표현으로 여겨진다. 또한 웃음은 문턱을 넘는 실천적 행위가 될 수 있으며, 모든 기억을 공정하게 대변할 수 있는 잠재성을 지닌 정동의 양태로도 볼 수 있다. 마수미의 여러 정동적 시선을 통해 완전히 규정할 수 없는 관계들을 창조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획득하게 된다. 희망, 기억, 웃음 외에도 정동은 모든 영역에서 ‘받아들임’을 실행하고, 들뢰즈가 말하는 ‘-되기’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떤 단면에 쏠리지 않고 균형을 이룸으로써 만들어내는 찰나의 해방과 일시적 평등은 정동을 통해서 도달해야 하는 최종 목적지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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