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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권력이 저지른 중대한 인권유린으로 얼룩진 한국 현대사에서 법원은 국민의 권리를 구제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오랜 세월 침묵을 강요당한 피해자들이 1990년대 이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대법원은 소멸시효를 기계적으로 적용해 그 요구를 배척했다. 대법원은 과거사위원회가 체계적으로 과거사의 진실을 밝힌 뒤에야 태도를 바꾸었다. 2011년 1월(간첩조작 사건)과 6월(울산학살 사건)의 판결을 통해 피해자가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일 또는 재심 무죄판결 확정일부터 3년 안에 소를 제기하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불과 2년이 지난 2013년, 대법원은 다시 한번 돌변했다. 현대사에서 매우 불길한 의미를 지닌 5월 16일과 12월 12일 선고한 두 개의 판결에서 대법원은 과거사 피해자의 권리를 대폭 축소했다. 피해자의 권리행사기간은 원칙적으로 진실규명결정일 또는 무죄판결 확정일부터 6개월이고,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으면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유죄판결을 받은 피해자는 그 6개월 기간 안에 형사보상청구를 한 경우에만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안에 소송을 제기하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2011년 판례에 따라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었던 많은 과거사 피해자가 다시 권리를 박탈당했다.
2018년 8월 헌법재판소는 민법의 소멸시효 조항을 과거사에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사실상 2013년의 두 대법원 판결에 위헌을 선언한 것이다. 이 결정에 따라 과거사 소멸시효는 2011년 판례가 적용되는 상황으로 회복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안은 소멸시효의 해석 차원을 넘어 대법원의 권위주의적 법해석 관행이 가진 근본 문제를 드러낸다.
첫째는 법을 해석할 때 법적 논증의 원칙을 무시하고 이유를 제시하지 않는 관행의 위험이다. 대법원은 민법 제166조 제1항이 정한 소멸시효 기산점의 의미에 관해 일본 최고재판소의 잘못된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여 일관성 없이 적용했고 과거사 피해자를 차별했다. 결국 법해석의 통일성과 보편성을 해치고 법관의 자의적 판단을 조장하며 법적 안정성을 침해했다.
둘째는 사법권 행사에 관한 절차적 제한, 특히 전원합의체를 거치지 않고 편의적으로 판례를 변경하는 관행의 위험이다. 이는 그 자체로 위법할 뿐 아니라 같은 사안에 대해 서로 모순되는 대법원 판례가 존재하게 해 법이론을 왜곡하고, 정당하지 않은 ‘정책적 선택’을 위해 편법으로 판례를 변경할 수 있다는 유혹에 법관을 노출시킬 수 있다.
셋째는 일반조항인 신의칙을 남용하는 위험이다. 추상적 가치개념으로 이루어진 일반조항은 그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헌법의 원리와 기본권의 가치를 기초로 법적 논증의 원칙에 따라 해석할 의무가 더욱 커진다. 법관의 자의적 판단을 법해석으로 포장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과거사 소멸시효를 왜곡한 2013년 판결들을 포함해 대법원이 당시 정권과 정치적 거래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의심을 받는 판결들이 신의칙을 이용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사 소멸시효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난맥상은 소멸시효 조항의 해석에 관한 기술적 문제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헌법의 원리와 기본권의 가치를 기초로 삼고 법적 논증의 원칙에 따라 법을 해석하고 합리적 이유를 붙여 판결을 정당화하는 것은 사법권의 본질이자 존재근거라 할 수 있다. 법적 논증을 무시하는 권위주의적 법해석은 사법권 행사에 대한 절차적 제한을 경시하고 신의칙을 남용하는 관행과 결합해 자의적 법해석과 사법 부패로 연결될 수 있다.
불과 2년이 지난 2013년, 대법원은 다시 한번 돌변했다. 현대사에서 매우 불길한 의미를 지닌 5월 16일과 12월 12일 선고한 두 개의 판결에서 대법원은 과거사 피해자의 권리를 대폭 축소했다. 피해자의 권리행사기간은 원칙적으로 진실규명결정일 또는 무죄판결 확정일부터 6개월이고,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으면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유죄판결을 받은 피해자는 그 6개월 기간 안에 형사보상청구를 한 경우에만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안에 소송을 제기하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2011년 판례에 따라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었던 많은 과거사 피해자가 다시 권리를 박탈당했다.
2018년 8월 헌법재판소는 민법의 소멸시효 조항을 과거사에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사실상 2013년의 두 대법원 판결에 위헌을 선언한 것이다. 이 결정에 따라 과거사 소멸시효는 2011년 판례가 적용되는 상황으로 회복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안은 소멸시효의 해석 차원을 넘어 대법원의 권위주의적 법해석 관행이 가진 근본 문제를 드러낸다.
첫째는 법을 해석할 때 법적 논증의 원칙을 무시하고 이유를 제시하지 않는 관행의 위험이다. 대법원은 민법 제166조 제1항이 정한 소멸시효 기산점의 의미에 관해 일본 최고재판소의 잘못된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여 일관성 없이 적용했고 과거사 피해자를 차별했다. 결국 법해석의 통일성과 보편성을 해치고 법관의 자의적 판단을 조장하며 법적 안정성을 침해했다.
둘째는 사법권 행사에 관한 절차적 제한, 특히 전원합의체를 거치지 않고 편의적으로 판례를 변경하는 관행의 위험이다. 이는 그 자체로 위법할 뿐 아니라 같은 사안에 대해 서로 모순되는 대법원 판례가 존재하게 해 법이론을 왜곡하고, 정당하지 않은 ‘정책적 선택’을 위해 편법으로 판례를 변경할 수 있다는 유혹에 법관을 노출시킬 수 있다.
셋째는 일반조항인 신의칙을 남용하는 위험이다. 추상적 가치개념으로 이루어진 일반조항은 그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헌법의 원리와 기본권의 가치를 기초로 법적 논증의 원칙에 따라 해석할 의무가 더욱 커진다. 법관의 자의적 판단을 법해석으로 포장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과거사 소멸시효를 왜곡한 2013년 판결들을 포함해 대법원이 당시 정권과 정치적 거래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의심을 받는 판결들이 신의칙을 이용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사 소멸시효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난맥상은 소멸시효 조항의 해석에 관한 기술적 문제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헌법의 원리와 기본권의 가치를 기초로 삼고 법적 논증의 원칙에 따라 법을 해석하고 합리적 이유를 붙여 판결을 정당화하는 것은 사법권의 본질이자 존재근거라 할 수 있다. 법적 논증을 무시하는 권위주의적 법해석은 사법권 행사에 대한 절차적 제한을 경시하고 신의칙을 남용하는 관행과 결합해 자의적 법해석과 사법 부패로 연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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