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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키워드
신라 초기 기록에, 왕경의 6부 여인들을 두 패로 나누어 한 달간 베짜기를 시킨 뒤 그 많고적음을 가늠한 뒤 진 편은 술과 음식을 내놓고 슬피 울며 노래를 불렀다 한다. 뒷풀이를 포함한 이 명절을 일러 ‘가배’라 하고, 이 말이 변하여 (한)가위가 되었으니 곧 추석의 우리말이다. 8월 보름은 연중 달이 가장 크게 보이고, 날씨도 청명하여 야외활동에 더 없이 좋은 날이다. 뭇 남녀가 달구경 나가며, 군중들은 스스로 즐기며, 흥행이 따르는 ‘國中大會’다. 이렇게 天時가 좋은 날에는 선조・선현의 英靈도 각별히 모신다. 왕실에서는 이날 종묘에 제사지내며, 庶人들도 이 예절을 본받아 조상 성묘를 갔을 것이다. 신라 경덕왕(742~765) 때의 음악가 옥보고가 지은 노래 가운데는 ‘추석곡’이 있으니 신라에서는 그전부터 8월 보름을 추석이라고도 불렀다. 秋夕이란 한자말은 한반도에서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 서기 600년을 전후한 시기에 신라와 수나라는 외교나 고승 유학 등으로 교류가 빈번하였다. 이때의 신라견문록과 그에 기초한 동이전에는 신라의 팔월 보름 풍속과 의례가 그려져 있다. 음악을 연주하여 잔치를 베풀고 활쏘기를 시켰다는 내용이다. 수많은 외국열전 가운데서 신라의 8월 보름 의례를 特記한 까닭은 그것이 다른 나라에는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구법승 엔닌(圓仁)은 839년 6월부터 8개월간 지금의 산동반도의 赤山 법화원에 머물렀는데 이때 경험한 사실을 『입당구법순례행기』라는 여행기에 썼다. 거기에 신라 유민들의 추석 쇠기를 적고 있는데, 이 명절은 오직 신라에만 있다고 했다. 그는 당시 본 명절 음식으로 餺飩餅食을 먼저 꼽았다. 그것은 국수 혹은 수제비로 보기도 하지만 처음 본 이색적인 음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신라의 고유한 떡 송편으로 봄이 타당하다. 한국의 추석을 중국 중추절의 아류로 보는가 하면 추석과 중추절은 서로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도 하여 추석의 정체성에 대한 논쟁이 거듭되곤 한다. 돌이켜보면 신라의 추석 의례나 놀이의 모습은 근대에 이르기까지 거의 변함없이 내려왔다. 이것은 신라/한국이 추석 명절의 본고장이기 때문에 이른 시기부터 다양한 내용이 존재하며 그 본질이 변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여기에 비해 중국의 중추절은 북송대에 와서야 보이고, 달을 완상하는 풍류가 거의 전부이다가 明代에 와서는 월병을 선물하는 풍습이 가미되었다. 그뿐 아니라 중국에서 중추절이 차지하는 위상을 참작해봐야 한다. 당나라 관리들의 휴가지급 날짜를 보면 중추절은 10개 정도 되는 휴가철 가운데 그 중요도가 중간 정도인 사흘에 그친다. 이것이 근대로 오면서 3대 → 2대 명절로 격상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으로는 이웃에 있는 신라 추석의 영향을 빼놓고는 이해하기 힘들다. 추석은 천체 운행의 한 축인 달(月神)을 온 나라가 우러러 받들며 펼치는 거대한 祭典이다. 聖과 俗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이 정도의 규모와 깊이를 가진 명절에 대해서는 오히려 이웃나라에서 더 자세히 기록하였다. 천체의 운행과 맞물리는 계절을 중국이 지어낼 수 없는 이치처럼 추석 절기를 두고 어느 민족이나 나라가 선점했다거나 命名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신라의 경우 이 절기를 두고 부르는 고유한 이름이 있었지만 점차 한자문화권 공용문자로 바뀌었을 뿐이다. 문제는 이런 특정한 날에 벌어지는 행위 즉 의례나 놀이를 포함한 역사와 전통인데 한국의 추석은 일찍부터 독자성을 가진 특별한 날로서 이웃나라나 민족과 대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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