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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기본 정보

자료유형
학술저널
저자정보
(서울대학교)
저널정보
종교문화비평학회 종교문화비평 종교문화비평 제32권 제32호
발행연도
수록면
91 - 124 (34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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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역사학자 캐롤라인 워커 바이넘(Caroline Walker Bynum)의 서구 중세 종교사에 대한 연구를 음식, 몸, 물질의 종교라는 세 주제어를 통해 재검토해보며, 이 연구의 의미를 종교학의 맥락에서 가늠해본다. 바이넘은 1987년에 출판된 저서 《거룩한 만찬과 거룩한 금식: 중세 여성들에게 있어서 음식의 종교적 의미》 (Holy Feast and Holy Fast: The Religious Significance of Food to Medieval Women)에서 음식과 관련된 여러기적 및 고행을 보여주는 중세 여자 성인들의 예를 통해 음식이 이들의 종교적, 사회적삶에서 지닌 기능, 그리고 그 의미에 대해 논의했다. 바이넘은 이 여성들이 고통 속에서자신의 몸을 내어주며 인간을 먹이고 구원하는 그리스도의 이미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가운데, 극단적 음식 실천을 통해 신과의 합일을 추구하며 자신의 종교적 이상을 긍정적, 적극적으로 실현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바이넘의 이같은 주장은 중세 여자 성인들의 금식과 음식실천 고행을 단순히 육체, 특히 여성의 육체를 혐오하고 통제하고자했던 남성중심적 그리스도교 담론의 내면화로만 바라보는 시각의 한계를 지적하며, 이러한 시각이 여성들의 종교적 삶과 경험을 구성하는 복잡한 맥락을 지나치게 단순화 시키고, 과거 여성들의 목소리를 발굴하려는 작업 자체의 가능성을 배제해버리는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해주었다. 또한 바이넘은 몸과 영혼, 물질적인 것과 영적인 것의 경계가 중세 그리스도교에서그렇게 명확한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며, 이를 이분법적 젠더 구분에 단순하게 대응시키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고 바라보았다. 바이넘은 중세 그리스도교의 몸의 개념 역시인간의 몸이 아닌 물질의 개념으로 확장시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확장된 몸-물질 개념 속에서 음식, 몸, 성체, 성유물, 이미지, 성상 등은 소위 ‘신앙의내면화’가 점점 더 강조되는 중세 후기 나아가 근대 초기까지도 사람들의 구체적인 종교생활에서 중요한 의미를 차지했다는 것을 지적했다. 이러한 바이넘의 중세 그리스도교에 대한 연구는 특정한 담론 구조, 상징 형식에 제한되면서도 또 거기에 맞서 저항하며 이를 조금씩 부식시키고 균열을 내며 새로운 의미를 더해가는 주체, 물리적인 몸과 물질에 대한 감각을 지닌 주체의 힘에 대해 우리로 하여금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즉, 음식과 몸에 대한 남성중심적인 담론과 상징구조 안에서도 일부 중세 여성들은 바로 그 음식과 몸의 실천 자체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이 구조와 상징의 의미를 다중적인 것으로 만들었고, 초월적이고 내면적인 신심이 강조되는 신학적 담론 구조 안에서도 여전히 많은 종교인들은 물질적이고 감각적인 것들에 중심에 둔 종교적 행위들을 이어가며 이 구조 자체를 복잡하고 복합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따라서 바이넘의 관점을 통해 우리는 종교학에서의 음식과 물질의 의미에 대해 재고해볼 수 있다. 즉 음식, 몸, 물질은 단순히 종교에 의해 통제되고 만들어지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종교를 구성하고 만드는 힘이며 그래서 이미 만들어진 종교 상징과 구조마저도 바꿀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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