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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키워드
조선사회를 지탱했던 세 가지 이념 忠․孝․烈 가운데 烈은 여성에게만 부과되었던 것으로 남성에 대한 여성의 종속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념이다. 조선후기 양반 계층의 여성들이 많이 향유했으며, 당대의 유교적 지배이념을 옹호하면서 가문의 번영을 추구했다는 국문장편소설에서 정절 이념은 강하게 옹호, 선양된다고 여겨진다. 국문장편에서 정절 이념이 반성되거나 회의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고, 여성인물들은 긍ㆍ부정의 유형별로 정절에 대해 어느 정도 고정적 태도, 즉 긍정적 인물은 守節하고 부정적 인물은 毁節하는 전형성을 보여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국문장편의 여성인물들은 그 이념에 동조하는 토대 위에서 자신의 욕망을 정당화하고 실현하기 위한 방도로 정절을 轉用하기도 한다. 첫째 <명주기봉>의 사마영주와 <유씨삼대록>의 양성공주는 좋아하는 남성과 혼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절 이념을 이용한다. 그들은 좋아하는 남성에게 먼저 접근하거나 구혼하여 그 남성에게 수절해야할 상황을 만들어 스스로 수절을 공표하고 결국 혼인을 이뤄낸다. 둘째 <명주기봉>의 현월염은 남편과의 잠자리를 거부하면서 그 행위의 논리적 근거로 정절 이념을 내세운다. 非禮한 남편에게 총애를 구애하는 행위를 失節이라 여기며 자신의 뜻에 어긋난 남성과 동침할 수 없다는 성적자결권을 주장한다. 셋째 <부장양문록>의 烈婦 윤선강은 남성이 아닌 동성을 향한 절의를 다짐한다. 윤선강은 정절이라는 전통적 규범에 투철한 열부로 형상화되지만 그 대상이 남성이 아닌 여성이기 때문에, 그로써 남성과의 일반적 혼인관계가 아닌 知己와 동행하는 새로운 삶이 마련된다. 이처럼 여성의 애욕, 남편에 대한 저항심, 남성과의 혼인이 아닌 다른 연대의 삶에 대한 꿈, 이것들은 조선사회 여성들이 직접적, 적극적으로 드러낼 수 없었던 욕망이다. 그런데 그런 욕망들이 규방여성들이 읽는 보수적 장르라 지목된 국문장편소설에서 정절의 가면을 쓰고 형상화됨으로써 세상에 유통될 수 있었다. 이 소설들에서 정절의 가치 자체가 근본적으로 회의된 적은 없지만 정절이 남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여성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방도로 재해석되었고, 그것은 당대 여성들에게 공감과 위안,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게 하는 단초를 제공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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