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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대학교 동양고전연구소 동방학 동방학 제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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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키워드

    이 논문은 음주 행위가 단순히 먹고 마시는 것이 아니라 주체들의 취향을 분류하고 위계화하는 ‘구별짓기’의 기호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고에서는 조선 초기 잡록에 나타나는 술 관련 일화를 대상으로 하였다. 조선 초기의 지배적⋅공식적 시각으로 볼 때 음주는 그 자체로 ‘악’이었지만 잡록에서 호음(豪飮)과 대식(大食)은 내적⋅외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수반한다. 이렇게 호음이 긍정되는 데에는 그것이 내면의 크기와 강함을 드러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음주의 행위와 내면적 자질을, 크기와 강함이라는 물리적 유사성 하에 관련짓는 것은 문화적으로 독특한 방식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본고에서는 두 가지 시각을 제공한다. 하나는 같은 시⋅공간에서 다른 계층의 음주 행위를 살펴보는 것(공시론적 방법)인데, 이때 천민의 호음은 비웃음의 대상으로 그려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다른 시⋅공간에서 이루어진 음주 행위를 살펴보는 것(통시론적 방법)인데, 조선 중기는 음주의 양보다는 질을, 그리고 무엇보다 음주의 방식을 중시한다. 조선 초기와 중기의 음주 문화 차이는 조선 초기 음주가 가졌던 경제적⋅정치적 효용을 설명하면서 보충된다. 술과 음식의 경제적 희소성으로 인해 음주의 양이, 세조 시대라는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음주인의 내면적 크기와 강건함이 중시되었던 것이다. 이후 본고는 조선 초기 경제적⋅ 정치적 효용을 가졌던 음주가 조선 중기 이후 변화하는 모습을 설명할 수 있는 틀로 ‘중(中)의 원리’를 설정한다. 조선 초기와 중기는 모두에서, 음주는 단순히 먹고 마시는 문제가 아니라 내면을 유추할 수 있는 기호이자 그러한 내면이 정당화될 수 있는 가치들을 함축하는 유의의미한 기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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