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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비평문학회 비평문학 비평문학 제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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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키워드

    박인환 시의 전면에 나타나는 감상주의적 면모는 현실도피와 허무주의로 지적되는 부정적 평가의 원류가 된다. 이러한 감상주의는 박인환 시에 나타나는 과도하게 정서(감상)적이고 비현실적 면들, 즉 부정적 의미의 환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확인하면 그 환상들은 감상에로의 도피와 허무주의의 도구로 등장하지 않고 파괴될 대상으로 등장한다. 즉, 박인환의 시에서는 과도하게 정서적이고 비현실적 면들을 부정적 의미의 환상으로 폭로하고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박인환의 시에 대한 평가, ‘현실도피’와 ‘허무주의’는 재고되어야 한다. 오히려 박인환은 ‘현실도피’와 ‘허무주의’를 막기 위해 그 도피처인 과도한 정서와 비현실의 환상을 파괴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적극적으로 파괴하기 위해 환상을 등장시키는 과정이 일차적으로는 그 환상으로 도피하는 것 같은 양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 양태는 박인환의 시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환상을 비판하는지를 보여주는 일면이기도하며, 환상의 존재, 즉 과도한 정서로의 도피와 허무주의의 ‘유혹’의 존재를 감추지 않고 돌파하는 점을 드러내는 것이 된다. 이렇듯 박인환 시에서는 환상의 유혹으로서의 존재를 인정함으로써 환상을(파괴하기는 하지만) 단순히 비존재 하는 것으로 위치시키지 않고 현실과 그 환상을 대립적으로 위치시킴으로서 현실/환상의 긴장상태를 유발한다. 이러한 긴장이 박인환 시의 현실인식 방법인 것이다. 「목마와 숙녀」는 점차 인식의 근원적인 영역에서까지 환상을 파괴하는 가장 본격적인 ‘환상파괴’의 작품이다. 이러한 환상에 대한 본격성으로 인해 「목마와 숙녀」는 미시적 영역에서부터 마치 암호처럼 해석이 불가능한 문장들로 가득하다. 본고에서는 그 미시적 암호를 풀어냄으로써 환상파괴의 의미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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