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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초록· 키워드
현대적 사유는 근대적 인간중심주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주체나 의식의 강조를 포기하고, 주체를 구성하는 ‘비주체적’ 조건들, 의식을 구성하는 ‘무의식적’ 조건들에 주목한다. 그러나 자기가 아닌 것들로부터 비로소 자기가 되는 각 인간이 그때마다 하나의 ‘자기’로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는 개별자와 그의 자발성에 대한 존재론이 필요하다.
그래서 필자는 ‘자기로 있음’의 실존적 구조를 드러내고 거기에서 ‘자발성’의 여지를 찾아내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의 달성을 위해 본 논문에서는 ‘짝사랑’이라 불리는 존재방식에 주목한다. 짝사랑이야말로 내가 어쩔 도리가 없는 조건들이 내 실존에 대해 갖는 주도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방식으로 존재하면서 우리는 그러한 존재 방식이 ‘불가항력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짝사랑의 ‘불가항력성’의 정체를 분석함으로써, 우리는 스스로 믿고 있는 것보다 더 자발적이어서 내 실존을 스스로 실행하는 자로 있음을 보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논문은 사르트르의 현상학적 실존론을 참고한다. 이는 그가 타인의 존재를 비롯한 외부적 조건에 직면하는 인간에 주목하되, 구조주의를 계승한 철학자들과 달리 이 인간을 선행 조건의 결과 이상으로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인간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본 논문은 우선 짝사랑에 빠진 사람의 존재를 세계-내-존재로서 정리함으로써 사랑의 ‘불가항력성’을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 이 불가항력성이 조건적 제한뿐 아니라 동시에 이에 맞서는 나의 의욕으로 구성됨을, 그래서 결국 자기와 자발성을 가리킴을 보인다. 짝사랑이란 결국 자발적인 자기가 세계의 저항성에 사로잡히지 않고 시간적으로 있음임을, 즉 세계의 저항성을 넘어서는 자기의 의욕을 거듭해서 선택함임을 보여준다. 누구나 할 수 있고 하고 있는 짝사랑에서 자발적인 자기를 발견해냄으로써 본 논문은 시대적 무력감에 빠진 이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새로운 환기가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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