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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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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학회 동양고전연구 동양고전연구 제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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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키워드

    1592년 임진왜란을 맞아 군민을 이끌고 피난을 떠난 평창군수 權斗文은 왜군과의 교전 끝에 포로로 잡혀 살다가 탈출해 귀향하기까지 36일간의 전쟁 체험을 일기로 기록해 「호구일록」을 남겼다. 「호구일록」은 임란 초기 내륙지방에서 현직 지방수령이 겪은 전쟁체험을 기록한 포로실기라는 점에서, 정유재란 때 일본으로 끌려갔다가 귀환한 호남의 사대부들이 남긴 포로실기와 구별된다. 임란실기 중 가장 忠이 강조된 것은 포로실기이다. 귀환한 포로들은 적진에서 죽지 않고 돌아왔다는 것이 불충으로 의심받고 처벌을 받을까 두려워했다. 이들의 포로실기에서 유리한 기억의 강화와 불리한 기억의 축소 등 기억의 굴절이 보이는 것은 포로생활 중에 불충을 저지르지 않았음을 내보이고자 했기 때문이다. 권두문의 「호구일록」에 나타난 충 이념은 명시적 구현과 묵시적 구현으로 나뉜다. 충 이념의 직접적 표현이나 중국충신들의 고사 인용은 명시적 구현의 사례들로, 「호구일록」 뿐만 아니라 여타 포로실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묵시적 구현은 충성심의 발로로 여겨질 만한 사건들을 선정해서 이를 몸소 체험한 경위를 상술해 충 이념을 구현하는 것을 이른다. 「호구일록」에 나타난 충의 묵시적 구현 사례는 ‘전투상황의 상술’, ‘자살시도의 상술’, ‘탈출기도의 상술’과 ‘적정 및 대응전략의 보고’ 등이 있다. ‘자살의 시도’나 ‘탈출의 기도’는 어떤 다른 포로실기보다 상세하게 서술되었다. ‘적정 및 대응전략의 보고’는 다른 포로실기에서도 상술되었다. ‘전투상황의 상술’은 다른 포로실기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이는 권두문이 현직 수령으로 병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기억의 굴절은 ‘적정 및 대응전략의 보고’에서 가장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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