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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키워드
17세기 <소현성록>을 시작으로 하는 국문장편소설에는 혼인 과정에서 남성 인물의 상사병 화소가 일정한 유형성을 띠고 나타난다. 본고에서는 17세기 작품인 <소현성록>연작, 18세기 작품인 <완월회맹연>, 19세기 작품인 <하씨선행후대록>을 주대상으로 남성 상사병 화소의 유형적 양상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진단했다.
세 작품 공히 상사병의 전제로 불만족스러운 혼인 생활이 나타난다. 이런 상황에서 남성 인물들은 상사병을 앓게 되는데 소운성의 경우는 처음 형씨를 몰래 보았을 때부터 나타났던 상사병 징후가 친정으로 간 형씨를 그리워하는 과정에서 본격적인 병증로 나타나고, 그 외의 인물들인 김현, 장세린, 정문현은 공통적으로 미인을 그린 화도(畫圖)를 본 후 화도 속 미 인에 대한 상사병을 앓게 된다. 이들의 상사병은 불만족스러운 혼인 생활의 원인이었던 여성 인물들이 죽거나 본처 자리에서 강등되고 자신들이 원하던 여성 인물과의 결합이 이루어지면서 완치된다.
이와 같은 상사병 화소가 지니는 의미는 첫째, ‘상사병에 대한 병리학적 상상력’이다. 상사병이 사랑의 은유로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구체적이고 심각한 병증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완월회맹연>의 장세린 서사에서는 상사병을 앓는 당사자의 병증 체험이 상당히 밀도 있게 그려 지고 있다. 둘째, ‘숨겨진 욕망, 부인(否認)되는 병’이다. 남성 인물들은 대부분 이미 아내가 있는 상태에서 다른 여성을 욕망하고 있는데, 이런 부정한 욕망과 결합된 상사병은 당사자는 물론 주변인에 의해 부인되면서 이 역시 부정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기는 하지만 결국은 위독한 병을 치료한다는 암묵적 동의하에 이들의 욕망은 해소되고 있다. 셋째, ‘타자화되는 두 여성’이다. 남성 인물들의 상사병 과정에서 정실(正室) 부인에 해당하는 여성들의 남성 인물에 대한 욕망은 부정하고 음란한 것으로 치부 되면서 박대의 계기가 된다. 그런 한편에 남성 인물들의 욕망 대상인 여성들 또한 외모나 외모를 그린 그림을 통해 대상화된다. 결국 양상은 다르지만 두 여성 인물은 남성 욕망에 의해 타자화되는 동일한 기제에 놓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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