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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초록· 키워드
이 연구는 황정은의 장편소설 『百의 그림자』와 『야만적인 앨리스씨』를 대상으로 하여 환상과 리얼리티의 관계에 대해 살펴본다. 황정은의 소설에서는 환상은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의 불가결한 일부로 나타나거나 비현실적인 이야기의 반복 서술을 통해 현실성을 해체하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리얼리티의 새로운 차원이 열린다.
『百의 그림자』에서 ‘일어서는 그림자’라는 환상적?비현실적 이미지는 그 자체로 이 현실세계의 불행과 어둠을 함축하면서 현실에 개입해 이 세계의 리얼리티를 클로즈업해 보여준다. 이 소설에서 ‘그림자’는 모든 소외되고 박탈당한 주변부적 존재들이 겪는 불행을 함축하는 병리적 이미지인 동시에, 이 세계의 모든 불행과 고통이 수렴되는 어둠의 고정점이기도 하다. 황정은의 소설이 보여주는 것은, 개인과 세계의 불행을 외면하지 않는 윤리적 감각이 미학적 실험과 효과적으로 결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百의 그림자』에서 그것은 언어의 형식에 대한 탐구와 동어반복의 정치적 가치에 대한 실험으로 나타나고, 『야만적인 앨리스씨』에서는 동일한 구조와 내용, 이미지를 반복하면서 텍스트의 다양성을 활성화하는 심연구조의 실험으로 나타난다.
이 세계의 어둠과 비극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는 것, ‘나’ 스스로 어둠이 됨으로써 이 세계의 어둠을 증언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이 작가가 『百의 그림자』와 『야만적인 앨리스씨』의 독특한 환상 사용법과 흥미로운 형식 실험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문학의 리얼리티는 새로운 차원을 얻는다. 그것이 우리가 황정은의 소설들에서 엿볼 수 있는 환상의 정치학이며, 한국소설의 새로운 미학적?정치적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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