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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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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정치철학회 사회와 철학 사회와 철학 제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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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키워드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 현대적 악의 특징이라고 했다. 그 의미는 생각 없음(thoughtlessness)의 피상성이다. 현대인들은 규정에 정해진 대로 살아가는 것이 옳다는 얄팍함으로 악을 범한다. 만일 악의 특징이 생각 없음이라면 악행은 사유함, 즉 생각에 잠김(thoughtfulness)을 통해 직접적이고도 실제적으로 방지될 수 있는 것일까? 아렌트의 입장은 유보적이다. 사유함은 실천적 지혜를 낳지 못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사유함이 도덕적 양심을 야기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부산물일 뿐이다. 효과의 범위 역시 자기에게 그친다. 타인에게 선한 행위를 지시하고 공동체적 도덕의 증진에 직접적 영향력을 미치지는 못한다.
    하지만 사유함은 행위의 중단을 통해 악행을 저지하는 조건을 조성할 수 있다. 그리고 행위의 의미를 성찰하게 함으로써, 그 행위가 선인지 악인지 판단하게 하는 의식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물론 사유함이 선악에 대한 반성적 판단력을 해방시킨다고 해서 도덕적 결단이나 그에 따른 실천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유함이나 판단함과 같은 정신적 능력의 실천적 역량을 과도하게 기대할 수는 없다. 인류는 인간이 지닌 탁월한 정신적 능력이 여지없이 붕괴되었던 역사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사유함은 우리에게 도덕적 구원의 약속을 선물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유함은 가장 어두운 시대에서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피난처를 선사한다. 사유함의 도덕적이고도 정치적인 역량은 모든 행위를 중지시키고, 그 시대에 일반화된 도덕적 혹은 정치적 습관을 파괴함으로써 행위의 타락을 방지하는 데에서 발휘된다. 나아가 사유의 반성적 효과는 일반화된 도덕적 정치적 관습의 확신을 넘어 과연 이 시점에서 올바른 행위란 어떤 것인지 판단하는 능력을 해방시킴으로써 새로운 도덕적 정치적 실천의 조건을 제공한다. 사유함의 공간에서 우리는 인간의 도덕을 잊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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