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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키워드
1997년 경제위기로 인해 최초의 문민정부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던 김영삼 정부의 권위가 실추되자 이미 사망한 지 20여 년이 지난 군부독재의 상징 박정희가 신드롬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농담처럼 시작된 신드롬은 주요 일간지를 비롯해 이인화의 『인간의 길』을 통해 실체화되는 듯 보인다. 이인화의 소설과 조갑제의 전기는 박정희를 유능한 경제 지도자가 아니라 한 명의 영웅으로 재구성함으로써 박정희 신드롬을 박정희 미화 논리에 적극 활용하는 한편 그 상업적 성격을 강화했다. 여기에는 당연히 민주화운동 주체들을 비롯해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지만 이 비판의 논리마저 박정희 옹호 논리로 포섭되는 측면이 있었다. 강준만은 혼란스러운 논쟁 과정에서 문제는 박정희에 앞서 그를 무조건적으로 미화하는 이인화에게 있다고 주장하면서 논쟁을 새롭게 틀 지었다. 그리고 진중권이 뒤늦게 논쟁에 참여해 강준만의 글쓰기 방식을 어떤 면에서 심화시켰다고 할 수 있는 글쓰기 방식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두 논자의 개입 속에서 박정희 신드롬은 박정희라는 인물의 권위나 한국의 근대성 문제와 같은 추상적이고 거시적인 문제 대신 지역주의, 특정 언론의 지배 권력, 군사 문화와 같은 미시적이고 1990년대 동시대의 문제들로 이행하는 듯 보인다. 그런 점에서 박정희 신드롬은 단순히 복고적인 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주체들의 문제의식 속에서 다른 가능성을 내포한 1990년대적인 현상이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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