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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키워드
이 글은 1998년에 출간된 황지우의 시집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가 세기말의 문단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현상에 주목해보았다. 이 시집은 특히 엘리트 중년 남성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당시 화제가 되었는데, 박완서, 은희경, 양귀자, 신경숙 등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높은 판매고를 올리며 평단과 대중들의 사랑을 동시에 받던 당대의 상황에서, 나아가 90년대 중반 이후 ‘여성문학’에 대한 담론적 논의도 활발했던 시기에, 황지우를 읽는 ‘30∼40대 엘리트 남성’들의 독서 행위가 유의미하게 논의된 점은, 당대 문학장에서 문학 행위와 젠더의 관계가 어떻게 편향적으로 인식되었는지를 확인해준다. 지식인의 사회적 위상이 달라지던 90년대 말이라는 시점에서 황지우의 시집이 중년의 지식인 남성을 어떤 방식으로 재현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둔 이 글은 80년대에 씌어진 황지우의 시와 90년대에 씌어진 그의 시를 나르시시즘적 자기 재현과 편향된 젠더 혹은 계급 인식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황지우의 80년대 시에는 수많은 실제 인명이 등장하는바, 현실의 특정 인물들을 명확히 환기하는 실명들과 달리 ‘몫 없는 자’들을 호명하는 실명들은 그들에게 개별적 목소리를 부여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며 이러한 사정은 황지우 해체시의 정치적 역량을 재평가하도록 하는 근거가 된다. 특히 황지우 시의 여성 인물들은 줄곧 남성 지식인의 주류적 위치를 확인시키는 계기로써 작동하는바, 황지우 시의 이러한 젠더 인식은 80년대 이래로 변함없이 보수적 관점에 머물러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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