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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키워드
본 논문은 인도네시아 말루쿠 제도 반다 버사르섬의 론토르 마을에서 약 10년 주기로 거행되는 추치파리기(Cuci Parigi) 의례를, 공동체 재구성과 사회 통합을 모색하는 실천적, 상징적 장으로 분석한다. 마을 공동 우물의 정화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 의례는 단순한 실용적 목적을 넘어, 조상에 대한 기억을 소환함으로써 사회적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기능을 함께 수행한다. 본 연구는 세 가지 해석 틀을 통해 이 의례의 사회적 의미를 분석한다. 첫째, 원주민 씨족의 계보가 단절된 상황에서도 추치 파리기는 장소와 이동에 관한 의례적 내러티브, 즉 토포지니적(topogenic) 실천을 통해 조상 권위와 사회 위계를 재구성하며, 이로써 이주민들도 상징적으로 ‘반다인(Bandanese)’으로 통합될 수 있게 한다. 둘째, 이 의례는 종교적·문화적 장치로 작동하여 이슬람 담론과 조상 숭배가 결합된 혼합적 정체성을 형성한다. 마을의 시조들을 이슬람 전래자로 서술함으로써, 이슬람 신앙과 지역 전통이 융합된다. 셋째, 시와(Siwa)와 리마(Lima) 마을 동맹의 공동 참여는 말루쿠 우주론의 이항적 상보성 원리를 재현하며, 과거의 갈등을 조화와 균형의 윤리로 전환한다. 이 연구는 식민 이후 말루쿠, 나아가 오스트로네시아 세계 전반에서 공동체 정체성이 어떻게 의례와 기억, 공간적 내러티브를 통해 재구성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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