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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키워드
본고는 『백팔번뇌』에 드러난 최남선의 국가관, 국토관, 문화관에 신라의 統三 과정과 비견할 요소가 散見됨을 지적하여 그의 문화사관을 재평가할 단서를 마련하고자 한다. 『백팔번뇌』 1부의 ‘님’은 감각을 통해 규정할 수 없는 종교적 대상이며, 쇠락 또는 소멸을 앞두고 있지만 그 자취는 화자 자신을 통해 영속적인 것으로 거듭날 수 있는 존재로 표현되었다. 이는 「불함문화론」 11장에서 단군을 정치적 권력자보다는 주술적?종교적 권능을 지닌 군주로서 더욱 강조했던 사례와 연결된다. 불교의 전래 과정에서 攝化하기는 했지만, 古來의 ‘하늘임’ 관념과 인격신을 현세의 군주에 연결시키고, 군주에게 초월적 신통력을 기대한 신라 문화의 관습을 최남선이 나름의 방식대로 계승했음이 확인된다. 2부에서 ‘조선국토’는 공간적, 시간적으로 아득한 범위를 지닌 것으로 표현되었는데, 특히 ‘산’이 원시?고대문화의 유산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불함문화론」 1장부터 지속되어온 최남선의 관점에 의하면 산의 명칭에 남아있는 ‘白’ 자의 원형이야말로 문헌 전승의 과정에서 사라진 고대문화를 부활시킬 매개로서 중대하다. 산악숭배를 비롯한 명산대천제사는 신라가 통삼을 이룩한 직후에 정비되었는데, 통일국가의 문화상징을 위해 기존의 신앙 체계를 정비, 위계화한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최남선의 시도는 신라에서와 같은 대내적 필요에 따른 정리가 아닌, 세계를 향한 대외적 긍지를 위해 한국의 산천의 우월성을 입증하고자 했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3부는 ‘제가 저를 잊어버린다’는 추상적인 부제를 달고 있다. 몇몇 작품을 통해 보면 여기서의 ‘잊음’은 자기 상실과 그에 따른 님의 부재를 함께 표현한 것이다. 이 불투명성은 「불함문화론」 곳곳에 보이는 중국, 일본 나아가 세계 문화의 기원이 불함문화에 있다는 가설의 근거가 지닌 불투명함과 같은 맥락에 있다. 본고의 성과를 바탕으로 최남선과 초기 국학자들의 정신세계가 유래한 연원을 성찰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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