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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키워드
본고는 한국계 미국동화, 특히 린다 수 박의 작품을 중심으로 ‘다른’ 한국문학의 가능성과 21세기 한국문학의 변화된 조건과 논리를 규명하는 데 관심을 둔다. 한국과 미국 사회에 걸쳐있는 린다 수 박의 작가적 경험은 하나의 작품 공간 안에 두 사회의 역사와 문화적 경험을 동시에 배치시킨다. 한국의 과거가 지녔던, 그리고 현재까지도 부분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비합리와 보수, 가부장제적 관습의 흔적들이 근대적 합리성과 삶의 유머, 적극성, 독립성 등의 가치와 서로 밀고 당기고 얽히면서, 차이와 공감이 공존하는 탄력적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작가의 이중적/이산적 정체성에서 비롯되는 이같은 병치와 혼합의 효과는 한국문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며 동시에 두 사회가 이미 구성하고 있는 정체성의 한계를 가시화한다. 다시 말해, 그의 작품은 ‘한국(인)’, ‘미국(인)’이라는 기존의 분류가 지닌 의미와 한계, 그리고 그러한 분류를 뛰어넘는 보편적 가치에 대해 시사점을 던진다.
작가의 삶과 작품 양 면에서 나타나는 문화적 병치와 혼합의 효과는 ‘어떻게 쓰고 있는가’의 문제 뿐만 아니라 ‘어떻게 읽히는가’의 문제를 제기한다. 우선 한국 사회에서 한국계 미국문학이 지닌 ‘차이’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특질이다. 린다 수 박의 작품에 관한 한국의 논의에서는, 한국계 미국문학이 지닌 다소간의 이질성을 제거하면서 그것이 동일성 강화의 기제로 기능하기를 원하는 의도적인 지점들이 발견된다. 한국 사회의 논의 과정에서 강화되는 ‘한국적인 것’에 관한 담론은 미국 사회의 배치 안에서 다시 다문화 기획의 논리 안에 흡수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한국적인 것’을 포함한 다국적?다인종의 타자로서의 경험은 미국적 주체 구성 과정에 용해되며, 이 과정에서 다시 중심/주변의 서열로 재배치된다. 결국 두 개의 문화권에서 ‘한국적인 것’이 구성되고 배치되는 과정은 순환의 고리를 이루면서 반복된다고 할 수 있다.
한국계 미국문학이 지닌 새로운 시선, 그리고 문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 국민국가적 경계가 지닌 역사적?이데올로기적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은 한국 근대사의 디아스포라적 경험과 한미 양 사회의 근대국가 구성 과정을 안/밖의 시선에서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가능성이 좀더 적극적으로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대상과 사고의 경계를 엄격히 획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그 경계의 기원을 외부에서 관찰하는 방식을 통해 ‘다른’ 한국문학의 외연과 내포를 확장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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