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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자키준이치로(谷崎潤一郎)의 작품세계는 여성의 「아름다움(美)」에서 촉발된 비정상적인 에로티시즘의 욕망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그로 인해 다니자키의 문학은 주로 에로티시즘의 영역에서 연구되어 왔으며, 탐미파라는 문학사조의 틀 속에서 작품세계의 주요 요소인 「악(悪)」과 「미(美)」의 개념이 논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 다니자키의 작품에 접근해 가면 대부분의 작품이 남자 주인공의 인물조형에 대한 설명과 해석에 비중이 놓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초기작품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상대측인 여자 주인공이 육감적인 「미(美)」의 화신으로 강조되어져 있으나, 작품 속에서의 역할을 고려할 때 결과적으로 여성은 남자주인공의 이상성을 부각시키는 존재로서의 의미가 강하다. 여성의 육체적인「미」에 대한 숭배와 집착과 탐닉이 남성을 「악인(悪人)」으로 인식시키는 수단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남자 주인공은 일반적, 상식적인 것을 배반하고픈 자신의 배반정신(역방향의 사고)과 그로 인한 일탈된 행동을「악」으로 자처함으로써 「개인」으로서의 개별성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초기문학에 있어서의 「악」의 범람은 이 시기의 작품이 작자자신의 삶을 반영한 남자의 이야기(男の物語)로 상정된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다니자키가 초기문학에 있어서 이러한 과정을 반복해서 그려가고 있다는 점 역시, (초기문학에 등장하는 비도덕자․이단자의 인물상이 젊은 날의 작자의 모습을 적지 않게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언급하지 않는다하더라도) 작자자신의 사고의 체계가 작중의 비도덕자․이단자에게 투영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볼 때 다니자키의 작품세계에 대한 연구에 있어서 에로티시즘의 욕망을 우선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되풀이 되는 주인공들의 반성과 자기비판이라는 행위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에 따라 다니자키문학 전체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초기문학에 나타나있는 남자 주인공들의 역방향의 사고와 자의식 과잉에 중점을 두어, 그들의 내부에 잠재되어 있는 위악(偽悪)적인 요소와 일탈된 에로티시즘의 추구가 흔히 말하는 올바른 삶에 배반하고픈 욕망의 발로이며, 「개인」으로 인식되고자 하는 남성의 몸부림이었다는 사실을 고찰해 보았다. 그 결과 이러한 다니자키문학의 정신은 작가 자신의〈자기표출〉의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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