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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키워드
선수행에서는 무엇보다 깨침을 중시한다. 그 깨침이 전승되어 온 역사에는 선종이라는 교단의 형성과 그 전개가 있었다. 이 가운데서 선종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전승시켜 온 가장 큰 이유는 師資相承의 법맥을 강조한 점이었다. 그 법맥을 중심으로 당나라 말기에는 소위 禪宗五家가 출현하였다. 선종의 오가가 형성되는 배경에는 선풍의 차이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법맥의 정통성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였다.
때문에 법맥의 형성과 그 전승은 선종사에서 나름대로 또 하나의 특징을 형성하였다. 이들 법맥은 초기선종의 시대부터 조사선의 형성시기에 이르기까지 우두종ㆍ정중종ㆍ보당종ㆍ하택종ㆍ북종 등 소위 傍系로 간주되는 다양한 교단을 형성하였다. 그러나 소위 정통으로 간주되던 남종의 경우에도 예외없이 남악회양 계통과 청원행사 계통으로 각각 다시 정통을 주장하였다. 그런 와중에 보이는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天王道悟 및 天皇道悟에 바탕한 선종오가의 법계소속의 문제이다. 오늘날 밝혀진 바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선종의 오가는 청원계통으로는 조동종ㆍ운문종ㆍ법안종이고, 남악계통으로는 임제종ㆍ위앙종이 각각 속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달관담영의 『五家宗派』 및 그 전승문헌에서 운문종과 법안종은 천왕도오의 법계로서 조동종을 제외한 나머지 4종이 모두 남악의 계통에 속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하여 白巖淨符는 『法門鋤?』를 저술하여 그 오류를 통렬하게 비판하였다. 또 德巖養存은 『五家辨正』을 저술하여 호관사련이 『五家辨』에서 선종의 오가를 모두 남악계에 소속시킨 것에 대하여 그 오류에 대하여 지적하고 있다. 한편 『五家辨』에서 天皇道悟라는 이름을 마조의 문하에 두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日庵一東은 『五家辨』의 내용에 의하여 『五派一滴圖』를 저술하여 그 사실을 옹호하였다. 여기에서 一東은 虎關師鍊의 『五家辨』과 관련하여 道原의 『景德傳燈錄』 및 『夢堂宗派序』 및 『虎關五家辨』에 대한 도표를 통하여 그간의 간략한 설명을 붙이고 있다.
소위 『경덕전등록』의 견해는 청원계에 조동종ㆍ운문종ㆍ법안종을 배치하고, 남악계에 위앙종ㆍ임제종을 배치였다. 夢堂의 견해는 청원계에 조동종만 배치하고, 남악계에 나머지 운문종ㆍ법안종ㆍ위앙종ㆍ임제종을 배치하였다. 호관사련의 『오가변』에서는 선종5가를 모두 마조계에 배치하였다.
이로써 살펴보면 천왕도오의 인물을 중심으로 법맥을 주장한 것으로는 丘玄素의 『天王道悟禪師碑』(唐代) 및 符載의 『荊州城東天皇寺道悟禪師碑』(唐代) → 達觀曇穎의 『五家宗派』(北宋) → 夢堂覺의 『覺夢堂重校五家宗派序』(南宋) → 虎關師鍊의 『五家辨』(14세기) → 日庵一東의 『五派一滴圖』(1485) → 淸虛休靜의 『禪家龜鑑』(1564) → 山翁道?의 『禪燈世譜』(1631) → 北海涵月의 『禪門五宗綱要序』(1749) → 白坡亘璇의 『禪門五宗綱要私記』(19세기) 등이다.
한편 이에 대하여 천왕도오의 인물과 그 법맥을 부정한 것으로는 道原의 『景德傳燈錄』(1004) → 佛日契嵩의 『傳法正宗記』(1064 간행) → 白巖淨符의 『法門鋤?』(1607) 및 『祖燈大統』 → 得山居士 林弘衍의 『明覺禪師語錄』 序(1634) … → 永覺元賢의 『龍潭考』(17세기) → 石潮大寧의 『法門鋤?』 後序(1668) → 德巖養存의 『五家辨正』(17세기 말) …. 등이다.
여기에서 조선 중기에 淸虛休靜은 『禪家龜鑑』의 오가종파를 나열하는 부분에서 天王道悟의 전승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그 밑에 운문종과 법안종을 배열하고 있다. 이것은 임제종파의 우위를 주장하는 입장과 더불어 마조도일의 정통 내지 남악회양의 정통을 옹호하려는 것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소위 임제종의 우위를 주장하려는 근거는 시대적으로 보아 천황도오와 천왕도오의 법맥논쟁의 한가운데 해당하는 시기인만큼 『禪家龜鑑』에서도 임제종에 대해서만 정통으로 간주하고 나머지는 모두 방계로 기록하였다. 곧 임제종은 석가모니를 비롯한 六祖의 正傳, 조동종은 六祖下 傍傳, 운문종은 馬祖傍傳, 위앙종은 百丈傍傳, 법안종은 雪峰下 傍傳으로 기록하였다.
이와 같은 임제종의 정통을 주장하는 전통은 일찍이 해동선법의 법맥이 임제종 법맥을 계승한 石屋淸珙의 법맥을 정통으로 계승했다는 고려후기로부터 주장되는 것으로 비롯되었음은 현재의 조계종 및 태고종을 비롯한 한국선종의 법맥에 대한 일반적인 사실로 주장되어 있다. 결국 청허휴정의 천왕도오 법맥의 상승은 그 연장선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처럼 선종오가 가운데 청원행사 계통에서는 조동종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남악회양 계통이라는 주장은 이후 喚醒志安의 『禪門五宗綱要』에 붙인 北海涵月의 序文에도 그대로 수용되고 있다.
현재 한국불교의 대부분의 법맥은 浮休善修 및 淸虛休靜을 계승한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와중에서 『선가귀감』의 이와 같은 전등계보가 수용된 의의는 조선중기 임제종맥을 우위로 전승하는 과정에서 마조도일에 이르기까지 법맥의 원류를 소급하려는 강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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