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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키워드
근대 초기 일본을 통해 서구의 문명과 교육을 받아들인 유학생들에게 지식은 곧 권력이 되었지만 이러한 지식권력은 남성과 여성에게 동등하게 작동하지 못했다. 남성 유학생들에게 지식은 곧 권력을 의미했지만 여성 유학생들에게 지식은 권력이 되지 못했다. 따라서 지식 권력을 갖지 못한 여성 유학생들은 지식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법에 있어서 남성 지식인과 차이를 보였다. 본고에서는 1910년대 대표적 유학생 잡지인 『학지광』과 『여자계』에 실린 이광수와 나혜석의 소설을 통해서 성차에 따라 지식이 권력화되는 양상에 차이가 있음을 살펴보았다.
1910년대 당시 자유연애의 문제는 근대와 지식, 젠더가 만나는 복합적인 담론의 장이었다. 봉건적 유교 질서 내에서 자신의 감정을 직접 표출하고 그 감정에 따라 배우자를 선택하는 혼인은 불가능했다. 조선의 모든 것과 절연하고 서구 문명에 대한 동경과 그 실천으로 새로운 자기를 세우려는 지식인들에게 ‘연애’는 ‘근대’를 사는 한 방법이었다. 「규한」에서 ‘자유의사’와 ‘법률’을 내세워 배움이 없는 구여성을 박정하게 내치는 남성 지식인의 무정함이나 「크리스마슷밤」에서 근대인이 되고자 하는 의식이 가동시킨 ‘사랑’에 대한 과도한 몰입은 연애의 장 속에 드러난 남성 유학생들의 권력 표출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여성 유학생이 등장해 연애와 결혼의 문제를 다룬 나혜석의 소설들은 지식과 젠더가 만나 달리 형성되는 권력 관계를 보여준다. 지식과 남성의 결합은 권력이 될 수 있지만 지식과 여성의 결합은 봉건적 생활이 여전한 조선 사회에서 오히려 부정의 대상이 되었다. 여성 유학생들은 지식인 남성에 의해 타자로 억압될 뿐만 아니라 같은 성(性)인 조선의 구여성으로부터도 배척을 받는 이중적 질곡에 놓인 존재들이었다. 따라서 이중적 억압의 시선에 직면한 유학생 ‘경희’는 남자 유학생들과 달리 무식하고 미개한 조선인들과 얼마나 다른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구여성의 일상 속에서 그들과 소통하는 가운데 여자로서의 자각과 근대 지식의 중요성을 제시한다. 나혜석의 또 다른 소설 「회생한 손녀에게」는 여자 유학생이 조선의 모든 여성들을 위한 심정적 할머니로서의 마음을 담은 것이다. 이 역시 조선인들과 소통하는 가운데 지식인으로서 존재 증명을 해 나갔다는 점에서 남자 유학생이 등장하는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지식인으로서의 과도한 감정의 드러냄이나 민족에 대한 시혜와 같은 우월 심리로 존재를 드러내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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