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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키워드
본고의 목적은 유럽 정체성을 역사적인 4단계로 세분하여 밝히는데 있다. EU의 조항들에 따르면, EU는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존중, 또 기본적 자유와 법치성의 원리에 근거하고 있다. 만일 이러한 근본적 원리를 위반하는 EU회원국이 있다면 그 회원국의 권리는 당장에 중지될 것이다. 아마도 유럽정체성의 정치적 핵심과제는 ‘다양성 속의 일치’이란 기본 명제 하에, 유럽문화의 다양성을 우호적으로 증진시키고, 공통된 문화유산을 상호적으로 보존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유럽정체성의 형성에 정치적 요소가 강하다고 해도, 인종.민족적인 배경이나 문화.역사적인 요소들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15세기 이래 공인된 역사적 구성물(historical construction)로서의 유럽의 정체성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즉 근대 초기에 유럽은 보편적 기독교 공화국(common wealth)으로 서방세계에 널리 알려졌으며, 또 18세기 계몽주의 이래 ‘유럽문화(European culture)’라는 개념이 정착되었다. 유럽이란 개념은 이중적 의미가 있다. 첫째는 지리적 개념으로 아프리카, 아시아와 유럽대륙으로 크게 삼분된다. 둘째는 문화적 개념이다. 만일 ‘민주주의가 유럽의 발명품’이라고 가정한다면, 이는 유럽대륙이란 지형적인 땅덩어리를 지목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대륙문화를 구분 짓는 몇 가지 특징들을 언급하는 것이다. 유럽이란 개념의 발전사는 다음 4단계로 나누어진다. 첫째, 로마제국의 시대, 둘째, 기독교국(christendom)의 시대, 셋째, 유럽민족국가의 시대, 마지막은 양차대전이후부터 EU의 결성시대이다. 우리 현 마지막 세대가 할 수 있는 지상의 임무는 이전의 세 시기, 즉 비록 무력에 의해 성립되었으나 ‘팍스로마나(Pax Romana)’라는 태평성대를 이룩했던 로마제국의 평화롭고 종교적인 관용정신, 교황권과 황제권을 두 개의 정점으로 하는 기독교공화국의 초국가주의적 이상, 또한 민족주의의 갈등을 낳기는 했으나 19세기에 백화난만했던 근대의 민족문화 등 최상의 요소들을 잘 화합.융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지상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20세기 최고의 지성인 T. S. 엘리어트의 조언대로 유럽대학들이 필요불가결한 가교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사회적 수직이동 내지 신분상승의 최상보루인 교육은 유럽의 정체성 형성에도 중대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계속 그럴 것이다. 서문에서 지상의 ‘파라다이스’로 표현된 새로운 유럽의 건설은 비단 정치가나 사업가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성, 시인, 예술가, 신학자, 철학자 등 환경의 편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함께 반영되어야 한다. 기독교, 무슬림, 유태교 등 다른 공동체들과 함께 어우러진 목소리가 반드시 유럽의 영혼(European soul)을 표현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첫째로 코즈모폴리턴적인 유럽대학과 둘째로-일상생활에서 조용한 혁명을 겪고 있는 에라스무스 세대를 포함한-범유럽인들을 모두 함께 아우르는 소위 ‘민중문화 속에서 유럽문화정체성이란 보물찾기’는 가장 성공적인 통합모델로 평가받는 EU의 토대를 더욱 공고하게 엮여주는 훌륭한 두 개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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