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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키워드
‘향토’란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물리적 공간이나 실재하는 장소적 개념이 아니라 식민지적ㆍ근대적 시선에 의해 구성된 일종의 ‘심상 공간’이며 ‘담론’의 일종이다. 이 글은 향토를 전통의 재현이나 계승이 아니라 근대적 세계의 복합적인 배치 속에서 추출된 공적 담론이자 전략적 기호로 바라보는 기본 관점을 견지한다. 그러나 근대적 구성물로서 향토가 탄생한 시대적 배치를 공유함에도 불구하고 김유정의 향토는 당대 향토 담론과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독특한 내재적 특질을 지닌다. 본고는 김유정의 수필을 대상으로 김유정 문학의 ‘향토성’이 30년대 유행한 일반적인 향토 담론과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는지 밝히고자 했다.30년대 유행한 ‘향토’ 담론은 과거-유년-고향-향수와 연동되어 사용됨으로써 식민지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시키는 보편적인 풍경으로 자리했으며, 궁극적으로는 ‘과거’를 통해 ‘다른 미래’를 지향함으로써 당대 한계에 봉착한 근대성의 추구를 이념화한 나름의 모색이었다. 구체적 현실을 삭제한 과거-조선-자연의 유기적 결합체로서의 ‘미적 가상’, 그리고 ‘진보’의 직선적 시간은 당대 향토 담론이 내포한 실제적 면모였다.이에 비해 김유정의 향토는 ‘생활’과 ‘정열’의 모티프를 통해 당대 향토 담론과의 차별화를 이루어낸다. 첫째, 김유정은 기존의 향토 담론이 구체적 생활을 결락한 가상이라는 것을 간파했으며 그것을 환기하고 메우는 방법으로써 ‘미’와 ‘생활’로 분화된 향토론을 제시한다. ‘생활’은 단순히 ‘미’로 봉합될 수 없는 삶의 파열 양상을 재현하는 김유정 문학의 키워드로서, 이를 통해 그는 ‘생활로서의 미’라는 고유한 향토론에 도달한다. 둘째, 선조적 시간을 허물어뜨리는 ‘정열’의 역학을 통해 노스탤지어의 시간의식으로부터 탈피한다. ‘정열’은 근대적 시간의 국면을 파열시키고 등장한 생의 자기증명이며, 미래의 시간에 통합되지 않는 현재의 시간을 함축한다.‘생활’과 ‘정열’로 요약되는 김유정의 향토론을 통해 본고는 근대적 노스탤지어로 특징지어지는 30년대의 일반적 향토 담론과 변별되는 김유정 문학의 특질을 부각시키고, 동시에 향토 담론의 세분화된 양상의 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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