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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키워드
이 논문은 燕巖 朴趾源(1737~1805)의 저작에 자주 나타나는 맹인 설화와 연암의 만년 저작인 「答任亨五論原道書」를 함께 고찰하여 연암이 만년에 陽明學을 지지하고 있었음을 논증한 것이다.연암은 젊은 날 쓴 「答蒼崖」에서 ‘눈을 감고 발이 가는 대로 걸어가라’고 주장하였다. 주희는 格物致知의 지적인 공부를 ‘눈을 환하게 뜨는 일’로, 실천 공부를 ‘발로 걷는 일’로 비유하여, 격물 공부를 부정하고 마음에 근거하여 실천할 것을 주장한 상산학의 공부방법이 ‘눈을 감고 길을 걸어가는 것’처럼 위험하다고 주장하였다. 퇴계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주자학자들도 주희의 이 비유를 사용하여 상산학·양명학의 공부론을 비판하였다. 연암 또한 30대 후반에 쓴 「爲學之方圖跋」에서 ‘눈을 환하게 뜬 뒤에 걸어가야 한다’고 하여 격물치지의 지적인 공부에 기반하여 실천 공부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눈을 환하게 뜬 뒤에야 길을 걸어갈 수 있다’는 주자학의 주장이 하나의 극단이라면, ‘눈을 감고 발이 가는 대로 걸어가라’고 한 연암의 주장 또한 하나의 극단이라고 할 수 있다. 주자학에 대한 지지와 반발 사이에서 오가던 연암은 만년에 이 두 극단과는 다른 하나의 입장으로 자신의 공부론을 정리하게 된다. 연암의 이 만년 정론이 드러난 글이 「答任亨五論原道書」이다.연암은 만년 저작인 「답임형오논원도서」에서 ‘발이 가는 대로 편안하게 걸어가면 길은 절로 알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눈을 감고 발이 가는 대로 걸어가는 맹인’ 대신 ‘한 발은 하늘을 향하고 한 발은 땅을 디디어 걸어가는 사람’이라는 새로운 비유를 창출하였다. 주희는 눈과 발로 知와 行의 공부방법을 비유한 것과 마찬가지로 길을 걸어가는 두 발로 자신의 공부방법을 비유하기도 하였다. 그는 한 발을 멈추고 다른 한 발을 앞으로 내밀어 걸어가듯이, 또는 왼발을 먼저 내밀고 오른발을 나중에 내밀어 걸어가듯이, 지와 행은 분리된 채 知先行後의 순서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연암은 이러한 주희의 공부방법을 비판하면서 인간은 天理와 합일되어 있는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지상에서 즉각적으로 선을 실천할 수 있는 존재임을 주장하였다. 「답임형오논원도서」를 통해 보면 연암은 만년에 주자학의 지선행후의 공부방법을 부정하고 양명학의 知行合一說을 긍정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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