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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老子)에서 ‘정신(精神)’이라는 말이 나오는가? 그렇지 않다. 다만 ‘정’과 ‘신’이 따로 따로 등장할 뿐이다. 그렇다면 고대 사유에서 ‘정신’ 개념의 탄생은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이를 위해 우선 노자의 정과 신의 용법을 상세하게 정리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정은 현대어로 번역하기 매우 힘들 말로 물질의 가장 순정한 상태를 가리킨다. 그런 점에서 정은 ‘순수물질’이라고 정의해도 좋겠다. [노자]에서 정은 이와 같은 용법에 충실하여 오늘날의 용법으로는 ‘정기(精氣)’나 ‘정력(精力)’에 해당된다.
신은 크게 네 가지 용법으로 나뉜다. 첫째, 골짜기의 정신으로 이 때 신은 여성성의 위대함이며 불멸성을 가리키는 것으로, 순수한 물질로서의 정과 구별되는 순수한 정신으로서의 신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정신의 의미에 가장 근접한다.
둘째, 신비한 그릇으로 이 때 신은 천하가 신비함을 가리킨다. 일반적인 예측과는 다르게, 여기서 신비한 것은 천지나 자연이 아니라 천하 곧 사회이다. 노자는 사회를 다스리려는 자세를 비판하면서 무위(無爲)의 이념에 걸맞게 사회철학적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신령의 신으로 ‘하나(一)’에 대한 숭배 의식과 더불어 신이 일자(一者)를 얻음으로써 드디어 영활해질 수 있음을 주장한다. 후대 [여씨춘추](呂氏春秋)와 [회남자](淮南子)에 나오는 ‘태일(太一)’ 사상의 시원이 [노자]에 있음을 보여준다. [태일생수](太一生水)의 발굴은 이 점을 더욱 명백하게 해준다.
넷째, 귀신의 신으로 귀가 신을 얻지 못하면 귀 노릇을 못함을 보여준다. 이는 [노자] 당시 귀는 신에 의해 조정되고 통제됨을 나타낸다. 신은 귀의 작동원리이이고, 귀는 신의 작동대상이다.
후대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정기신(精氣神)’의 원리에서처럼 기가 정과 신을 매개한다던가, 신이 정을 제어한다는 관념은 [노자]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정과 신은 분리되어있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이질적이었다. 정과 신의 만남은 [장자]를 거쳐 [회남자]에로 나아가면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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