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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고려대학교 대학원)

지도교수
강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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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양의 여러 예술 분야나 한국의 건축, 미술, 음악 등에서 더 이상 바로크를 17세기라는 시간이나 유럽이라는 공간에 한정하지 않고 이해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라이프니츠의 모나드, 들뢰즈의 주름, 벤야민이 언급하는 멜랑콜리 등이 보편성을 획득한 바로크를 가리키고 있으며, 아르놀트 하우저도 바로크의 모든 예술이 ‘전율과 무한한 공간의 메아리 및 모든 존재의 상호관련성으로 충만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정우는 저서『접힘과 펼쳐짐-라이프니츠와 현대』를 통해 역易을 현대적으로 이해하면서 모나드의 주름처럼 ‘펼쳐치고 또 펼쳐지는’ 것을 역이라 하고 모나드적 세계를 태극의 팔괘의 움직임으로 이해한다. 또한 배선복은『라이프니츠의 바로크 기획과 동서비교철학』에서 17세기 예수회 선교사를 통해 중국을 거쳐 조선으로 들어온 서학, 그리고 실학이 바로크와 유사한 정신을 양산했음에 틀림없다고 보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질지는 알 수 없으나, 한국에 바로크와 유사한 정신이 존재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바로크의 등장이, 이성이 최고조에 이른 고전주의에 반하여 혹은 고전주의를 일부 계승하면서 발원하였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바로크는 ‘일그러진 진주’라는 어원이 뜻하듯 조화·균형·안정·논리성 등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기괴한 상태를 일컫는다. 또한 전율과 황홀 등으로 설명할 수 있는 디오니소스적 열광의 상태를 포함한다. 바로크는 인간의 원시적 생명력과 순수함을 표명한다는 점에서, 동시에 인간 주체를 가장 예리하게 탐구한다는 점에서 헤겔이 강조하는 시문학의 본질과 깊게 닿아 있기도 하다. 바로크를 단지 특정 시기에 서양에서 등장한 예술사조로 이해하지 않고 고전주의의 반대편에 있는 하나의 거대한 축으로 볼 때, 한국문학, 한국소설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 양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한국이 G20국이라든가 IT강국이라는 화려한 외관과는 무관하게 높은 자살률, 열악한 노동현장, 극빈자 층의 확대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감안할 때, 최근 한국문학에서 두드러진 환상, 변신, 꿈의 꿈, 이중적 자아 혹은 자기 변용 등의 현상은 단지 우연이 아닐 수 있다. 한국문학에 바로크가 보인다면 지금의 한국 상황이 바로크를 양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일 것이다. 본고는 시대를 뛰어넘는 바로크의 전통이 한국문학에도 존재하였음을 살펴보면서 한국소설 중 박민규 소설에 집중하여 바로크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박민규는 최근 희극성 연구나 환상성 연구에 자주 언급되면서 대중성과 함께 문학성도 놓치지 않는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연구 자료가 많지 않고 아직은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단점이 있으나, 한국문학에서 바로크를 설명하기 위해 박민규의 소설들이 가장 적절할 예가 되고, 특히 최근에 발표한「군함도의 아침」에서 원숙한 바로크를 접할 수 있었다는 점을 들어 연구 대상으로 정했다. 17세기 서양의 미술, 음악, 건축 등 다양한 예술에서 바로크가 어떤 식으로 드러났는지를 개괄하고 문학에서는 특별히『햄릿』과『돈키호테』등에서 보이는 바로크 경향을 주의깊게 살펴보았다.

서론에서는 국문학 중 바로크 오페라와 장르적으로 유사한 판소리를 비롯해 탈춤, 꼭두각시놀음, 서사무가, 민요 등에서 한국적 바로크를 어떻게 관찰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으며, 한국정서에 뿌리 깊은 해학이나 마당극에서 보이는 소통 등을 통해 한국적 바로크의 맥을 짚어보았다.
본론에서는 박민규에 관한 기존 연구들을 살펴보고 연구의 한계 및 보완·수용할 부분들을 살펴보면서 박민규의 작품 중 바로크적 경향을 보이는 작품을 예로 들었다. 바로크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는 모나드, 주름, 멜랑콜리, 알레고리 등인데, 이러한 현상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였다.
라이프니츠의 모나드는 부분을 가지지 않는 단순 실체로 신정론과 변신론에 근거하여 신이 창조한 가장 완벽한 세계, 그러므로 다른 세계와 공존불가능한 세계를 뜻한다. 들뢰즈는 모나드의 이러한 공존불가능을 불가능이 아닌 차이로 보면서 잠재되어 있으나 아직 펼쳐지지는 않은 무한한 주름으로 설명한다. 여러 층위의 세상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지구 영웅 전설』과「크로만, 운」을 예로 들었다.
고단한 현실을 한 판 놀이마당으로 만든『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광기와 축제의 한마당을 펼친다는 점에서 디오니소스적 충동, 바흐친의 카니발 개념과 관련지을 수 있다. 인생의 불확실성 속에서 바로크적 멜랑콜리를 양산하는 소설 속 인물을 통해 현실과 환상, 현실과 꿈 사이의 구분과 경계를 없애는 연극적 장관을 목도하게 된다.
바로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불명료함이다. 그림인지 건축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환각의 눈속임, 콰드라투라는 이러한 바로크식 불명료함을 설명하는 좋은 예인데,『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 선명히 드러난다. 소설에서는 박민규 특유의 유머가 더해져 작중인물의 생각을 여러 겹으로 감추어 놓았고, 다중적인 결말로 바로크식 안개를 더하고 있다.
「깊」,「굿모닝 존 웨인」등『더블』에 수록된 여러 단편들에는 한국적 해학의 전통을 간직한 바로크식 멜랑콜리가 펼쳐지고 있다. 피조물의 상태에 있는 인간의 비참함에서 연루한 멜랑콜리는 삶 속의 죽음, 광기와 결합된 천재성, 슬픔에 동반된 사색 등을 이야기하며 다양하게 변주된다.
「양을 만드신 그분께서 당신을 만드셨을까?」와「아스피린」은 실패와 고통 속에 죽어가는 인간 역사에 대한 의문이란 설명이 불가능한 것이기에 알레고리로 재현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상징과는 달리 뚜렷한 의미를 형성하지 않는 알레고리는 고대의 주문처럼, 숨겨진 비의처럼 침묵 속에 내재한 아우성을 그려낸다.
「끝까지 이럴래?」에서는 주선율을 잃지 않는 바로크의 통일성을 보여준다. 르네상스가 균등한 독립성을 보이는 반면 바로크는 다양한 독립성을 포용하면서 통일성을 꾀한다. 주인공 애덤스와 창은 사투르누스와 같은 이중성을 보이지만, 세기말적 멜랑콜리를 향해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 그들의 자기기만은 다양하게 변주되면서 세계의 끝을 향해 달려간다.
이 밖에 바로크의 전초가 되며 다분히 바로크적인 양상을 갖고 있는 마니에리즘을 설명하기 위해『지구 영웅 전설』을 들었고, 바로크의 거의 모든 특징을 다 가지고 있는 작품으로「군함도의 별」을 소개하였다.

논문은 바로크의 현상들을 중심으로 박민규의 작품들을 언급하다보니 서로에게 끼워지고 중첩되게 마련인 바로크의 특징들을 다소 도식화한 경향이 있다. 또한 선행된 연구가 없는 관계로 한국의 문학적 전통 속에 보이는 바로크를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였다. 박민규 외에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 보이는 바로크에 대한 연구는 이후의 과제로 남는다.

목차

  1. Ⅰ.서론 1
    1.연구의 목적과 문제제기 1
    2.바로크의 등장배경과 정의 5
    3.국문학과 바로크의 연관성 10
    Ⅱ.박민규 소설의 경향 19
    Ⅲ.바로크의 철학적 사유로 본 박민규 소설 27
    1.모나드와 주름의 바로크 -지구 영웅 전설,크로만, 운 27
    2.축제와 시뮬라크르의 바로크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루디 41
    Ⅳ.바로크의 예술 양식으로 본 박민규 소설 54
    1.콰드라투라의 바로크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54
    2.마니에리즘의 바로크 -지구 영웅 전설 64
    3.통일성의 바로크 -끝까지 이럴래 67
    Ⅴ.바로크의 기법적 측면으로 본 박민규 소설 73
    1.멜랑콜리의 바로크 -굿바이, 제플린,누런 강 배 한 척,근처, 깊,굿모닝 존 웨인,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 73
    2.알레고리의 바로크 -양을 만드신 그분께서 당신을 만드셨을까, 아스피린 89
    Ⅵ.바로크의 총합 -군함도의 별 96
    Ⅶ.결론 109
    참고문헌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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