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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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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호는 일반적으로 민족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부분과 정체 및 국체를 나타내는 부분으로 구성된다. 남북한은 전자의 영어 표기로 ‘Korea’를 공유하지만 한글 표기는 ‘대한’과 ‘조선’으로 갈린다. 냉전이 낳은 분단국가 가운데 이처럼 분단 양측이 민족적 고유 칭호마저 달리한 곳은 남북한이 유일하다. 1920년대 초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분열을 전후해 우익은 대한, 좌익은 조선을 선호하던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이다. 여기서 대한은 국가의 근대성, 조선은 인민과의 친화성을 더 고려한 칭호로 평가된다.
    북한의 정체와 국체를 나타내는 ‘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말 자체만 놓고 보면 인민이 통치하는 근대적 공화국을 뜻하는 ‘민국’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 말은 세계사회주의운동의 영향 아래 전개된 한국사회주의운동사 속에서 특정한 의미를 획득했다. ‘민주주의’는 민족 부르주아지를 포함하는 민주적 계급들 간 통일전선의 코드가 되었다. ‘인민’은 더 이상 모든 시민을 의미하는 말이 아니라 노동자?농민?소부르주아지 등 피압박계급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민주공화국’은 그런 맥락에서 부르주아민주주의와 달리 인민이 적극적 역할을 하는 민주주의를 강조한다. ‘인민공화국’은 민주공화국의 진일보한 형태로서 인민이 공산당의 영도 아래 헤게모니를 행사하는 국체를 의미하게 되었다.
    국내 사회주의자들을 중심으로 한 조선공산당은 코민테른의 직접적 영향 아래 ‘인민공화국’을 추구했다. 1930년대 중반부터 만주에서 항일투쟁을 벌이던 조국광복회 세력은 ‘독립적 인민정부’를 강령으로 내걸었다. 화북에서 중국공산당과 항일연합전선을 펼치던 조선독립동맹은 마오쩌둥이 제출한 신민주주의의 영향 아래 ‘독립?자유의 조선민주공화국’을 지향했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활동하던 사회주의 계열이 세계사회주의운동과 보조를 맞추며 구상한 정체 및 국체는 ‘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기원을 이룬다.
    해방 직후 조선공산당이 내세운 ‘조선인민공화국’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대한민국’과 독립국가의 국호를 놓고 경쟁을 벌였다. 조국광복회 세력이 참여한 조선공산당북조선분국(북조선공산당)은 처음에는 주로 조선인민공화국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1946년 8월 북조선공산당과 조선독립동맹 계열의 조선신민당이 합당해 북조선로동당(북로당)을 출범시킨 것을 전후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대두했다. 1947년 제2차 미소공동위원회 자문에 대한 답신안에서 남조선로동당(남로당)은 조선인민공화국, 북로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국호로 제시했다. 양자의 경쟁은 그해 말 단정 국면의 도래와 함께 제정이 시작된 북한 헌법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국호로 명기되면서 일단락된다. 그러나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헌법 논의 과정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국호로는 너무 길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빼자는 논란이 일어났다. 그때 ‘민주주의’를 국호의 일부로 유지시킨 논리는 북한이 반동적인 미국식 민주주의에 맞서는 진보적 민주주의의 기지가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북한 주도 세력의 시각에서는 분단 상황에서 ‘민주주의’민족통일전선이 필요한 만큼 ‘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호도 지켜야 하는 것이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북한 같은 구식민지 후진국이 빠른 시일 내에 인민적 민주주의를 이룩하고 사회주의 건설로 나아가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세계사적 실험의 코드이다. 동시에 그것은 민주주의를 위한 진보가 외세에 의해 끊긴 38선을 북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단의 코드이기도 하다.

    목차

    1. 제1장 서론=1
      제1절 연구의 목적=1
      제2절 기존 연구의 검토=4
      제3절 연구 방법 및 구성=6
      제2장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호의 기원=8
      제1절 조선의 기원=8
      1. 조선과 대한의 분립=9
      2.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과 국호 논의=11
      제2절 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기원=16
      1. 민족.식민지 테제와 인민공화국=16
      가. 민주공화국 중에도 제일 좋은 인민공화국=17
      나. 혁명적 인민공화국=20
      2. 12월 테제와 노농 소비에트=21
      3. 인민전선 테제와 통일전선 정부=23
      가. 조선공산당재건운동과 인민정부=24
      나. 조국광복회와 독립적 인민정부=25
      다. 조선독립동맹과 독립?자유의 민주공화국=28
      제3장 예비 국호들의 경쟁=30
      제1절 해방 직후 각 정파의 국호 논의=31
      1. 조선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임시정부=32
      2. 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대두=37
      가. 인민공화국 논쟁=37
      나. 남북조선로동당의 창당과 민주주의인민공화국=41
      제2절 미소공동위원회의 국호 논의=46
      1. 좌조선 우대한=47
      2. 인민공화국과 민주주의인민공화국=49
      제3절 남한에서 대한민국 국호의 제정과 조선의 봉인=52
      1. 남한의 헌법 제정과 국호 논의=53
      2. 대한민국 국호의 확정과 조선의 봉인=55
      제4장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호의 제정=59
      제1절 북한의 헌법 제정과 국호 논의=60
      1. 민주주의인민과 Народно-Демократическая=60
      2. 아홉 자 타령 - 민주주의 첨삭 논쟁=62
      제2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호의 확정=67
      제3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호의 특징=70
      1. 세계사적 실험의 코드=71
      2. 분단의 코드=73
      제5장 결론=77
      참고문헌=80
      Abstract=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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