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는 병원이란 낯설고 새로운 환경에 접함으로 심리적 공포와 불안을 경험할 수 있다. 진료를 앞둔 대기시간 동안 유아는 곧 다가올 진료치료의 공포에 울기, 소리 지르기, 투정 부리기 등의 부정적 감정을 표현함으로 대기공간을 함께 이용하는 보호자와 병원관계자, 또래 어린이환자들에게도 스트레스를 전이시키게 된다. 유아는 성인과 달리 자신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를 대화로 유연하게 표현할 수 없기에 과격한 행동 및 감정표현으로 현재 겪고 있는 스트레스를 표출하게 된다. 그러므로 어린이병원의 대기공간은 유아가 진료치료에 의한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도록 긍정적 정서를 유도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 유아에게 있어 놀이란 정서적·신체적 발달을 도와주는 중요한 행위이다. 언어적 표현력이 낮은 유아는 자신의 감각과 신체를 이용한 놀이를 통하여 불안한 감정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기에 병원을 방문한 유아들이 대기시간 동안 자신의 감각과 신체를 이용한 놀이활동을 충분히 진행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야 한다.
본 연구는 어린이병원 중 30병상이상의 2차급 어린이전문병원을 대상으로 유아의 대기공간 이용행태를 관찰함으로 유아의 놀이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대기공간 실내디자인을 제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어린이병원의 대기공간 실내디자인은 시설의 물리적 환경실태 조사를 중심으로 연구되었고, 조사대상 또한 100병상 이상의 3차급 종합병원이었기에 공간적 범위를 확대하여 각 지역 내에 설립 된 2차급 어린이전문병원을 대상으로 실내디자인 현황과 이용실태를 파악할 필요성이 제기 되었기 때문이다.
연구는 문헌고찰과 조사연구로 나누어 진행하였다. 문헌고찰에서는 어린이전문병원을 이용하는 유아와 어린이병원의 치유환경 특성을 파악하고, 이에 따라 조사도구를 제작하였다. 조사연구는 현장조사, 면접조사, 그리고 행태관찰조사가 이루어졌다. 현장조사는 부산시 내에 위치한 20곳의 어린이전문병원을 직접 방문하여 어린이전문병원의 실내디자인 현황과 놀이활동을 지원하는 시설 및 기구를 파악하였다. 전문가 면접조사는 관찰조사기간 동안 확인할 수 없는 유아와 보호자의 이용행태와 갈등상황에 대하여 질문하였고, 어린이전문병원의 설계 계획과 시공에 있어 문제점과 대기공간 실내디자인의 개선점에 대하여 질문하였다. 관찰조사는 유아의 발달특성에 따라 신체·인지, 감각, 사회성발달에 따른 놀이활동을 행태관찰표에 1분 단위로 표기하여 대기시간동안 이루어진 놀이행태의 누적시간을 조사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기공간은 편의영역, 휴식영역, 놀이영역, 배회영역 네 가지의 영역을 구분하고, 실내디자인 현황을 분석하였다.
A어린이전문병원의 대기공간은 건물 내부 중심에 배치 된 홀(Hall)형으로 진료실, 치료실 그리고 수납을 위한 인포메이션과의 접근성과 개방성이 높았다. 대기공간 중심에 소파 및 편의를 위한 시설이 집중되어 유아가 놀이활동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 동선에 의한 혼잡과 과밀을 방지하였다. 입구 정면에 집 형태의 구조물이 설치되고 편의영역과 적절한 거리를 두어 휴식영역의 이미지를 강조하여, 고열의 환자나 프라이버시 요구가 강한 보호자 및 환자의 휴식활동을 배려하였다. 휴식영역 내의 창가에는 그림책이 구비되어 유아가 그림책을 직접 고르면서 창밖을 보거나 다른 유아환자와의 상호작용을 유도하여 자연스러운 놀이활동 및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게 하였다. 진료실 입구로 들어가는 벽면에는 동물 발자국 모양의 입체 조형이 설치되어 진료를 기다리거나 대기공간을 배회하던 유아들이 벽면을 만지고 감상하며 놀이를 진행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되었다.
B어린이전문병원의 대기공간은 긴 복도로 나누어진 분산형으로, 입구 바로 앞에 위치한 좁은 면적의 대기공간 내의 과밀과 혼선을 방지하기 위하여 진료실과 치료실로 이동하는 복도를 이용하여 편의시설을 설치해 대기공간의 면적을 최대한 활용하였다. 유아가 공포심을 가질 수 있는 진료실과 치료실의 복도 벽면에는 나비모형의 등받이와 별, 달, 해 형태의 디자인 조형을 설치하여 진료실과 치료실로의 자연스러운 동선을 유도하였다. 유아는 성인과 달리 스케일에 대한 감각이 정확하지 않기에 길고 좁은 복도에 의해 공간 스케일을 넓다고 판단하여 신체를 이용한 활발한 놀이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둘째, 전문가 면접조사에서 먼저, 전문가는 대기공간에 적용된 바닥재의 교체를 요구하였다. 현재 어린이전문병원 대기공간 내에 적용 된 바닥재는 유광타일로, 물과 접촉 될 시 매우 미끄럽기에 우천시 병원을 방문한 유아가 빗물에 의해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고, 바닥에 쏟아진 음료나 과자를 밟고 넘어질 우려가 있기에 바닥은 마찰력이 있고 청소가 용이한 바닥재의 적용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다음으로, 2차급 어린이전문병원의 대기공간은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 및 보호자의 수를 수용하기에 좁은 면적을 가지고 있으므로 유아의 신체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놀이기구의 설치가 어렵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에 대기공간의 과밀과 혼선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유아의 놀이활동을 유도할 수 있도록 벽, 바닥과 공간 상부에 모빌 형태의 놀이요소를 설치하여 유아의 놀이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될 것을 요구하였다.
셋째, 대기공간 이용행태 관찰을 통해 A어린이전문병원에서는 감각활동이 가장 높은 활동 누적시간을 나타났고 B어린이전문병원에서는 신체·인지활동이 가장 높은 누적시간을 나타냈다. 이는 두 어린이전문병원의 대기공간 형태가 A어린이전문병원은 홀(Hall)형, B어린이전문병원은 분산형으로 각기 다른 대기공간 배치특성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았다.
A어린이전문병원은 채도가 높은 색채가 적용 되었고 편의영역 내에 놀이를 지원할 수 있는 요소가 집중되어 있기에 유아는 대기공간 내에서 시각·청각을 이용한 감각활동 위주의 놀이활동이 가장 높은 누적시간을 나타낸 것으로 평가 된다. B어린이전문병원은 파스텔톤의 색채가 적용 되었고 진료실과 치료실로 이동하는 동선에 따라 유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디자인이 적용되었기에 신체를 이용한 놀이활동이 가장 높은 누적시간을 나타낸 것으로 확인된다.
두 어린이전문병원에서 공통적으로 감각활동 중 후각을 이용한 놀이활동은 관찰시 목격되지 않았는데, 이는 후각을 지원하는 놀이요소의 미설치로 인한 결과로 보았다. 후각은 인간의 연상반응을 불러일으키기에 특정한 장소에서 나는 향기를 통해 공간의 이미지를 각인할 수 있는 중요한 감각기관이기에 후각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요소의 적용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되기에 병원 입구나 대기공간 내에 향기가 나는 조화의 설치로 유아의 후각활동을 지원하면서 병원의 따뜻하고 편안한 이미지를 각인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한다.
유아는 집에서 가지고 온 장난감, 병원에 구비 된 팜플렛, 길거리에서 받은 전단지 등을 흔들고, 접는 등의 조작활동을 통한 놀이를 선호하는 것이 관찰되었는데, 이는 촉각활동을 진행하고 청각활동을 함께 유도할 수 있다. 종이를 직접 접는 조작행위로 촉각활동을 진행하면서 종이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팔랑이는 소리를 통해 청각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 종이는 1회용으로 사용될 수 있기에 2차 감염에 의한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청각과 촉각활동의 몰입으로 병원 내에서 이루어지는 과도한 동적활동을 줄이면서 유아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으로 확인되기에 병원 내 색종이나 학종이를 구비하면 유아의 감각활동 몰입을 높일 수 있다.
본 연구는 어린이전문병원을 방문한 유아환자들을 대상으로 대기공간 이용행태를 유아발달에 따른 놀이행태 중심으로 관찰하였다. 직접관찰을 통한 유아행태 특성을 통하여 대기공간 내 영역별 디자인을 제안하였고, 현재 어린이전문병원 대기공간 실내디자인의 문제점을 관찰이란 실증데이터를 활용해 보완하여 유아환자가 보다 편리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진료를 대기할 수 있는 실내디자인의 방향을 제안하는 것에 본 연구의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