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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기본 정보

저자정보

(건국대학교, 건국대학교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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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키워드

    본 논문은 조선 후기 군주 정조대왕의 전설을 대상으로, 전설의 형성과 전승 과정에서 지역성과 보편성이 어떠한 방식으로 교섭·결합하는가를 규명하는 데 목적이 있다. 기존의 정조 연구가 역사적·정치적 관점에서 문헌 기록을 중심으로 성군·개혁 군주로서의 정조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면, 본 연구는 민중의 기억과 상상력이 집약된 구비 인물전설에 주목하여 공식 역사 서술이 포착하지 못한 정조의 또 다른 형상과 의미 구조를 밝히고자 하였다.
    정조대왕 전설은 궁궐이라는 중앙 권력 공간에서 출발하여 능행이라는 이동 과정을 거쳐 현륭원을 중심으로 한 지역 공간에서 전승되는 특징을 지닌다. 이러한 서사적 공간 이동은 정조의 정치적 업적 그 자체보다도, 지역민과 직접 맞닿은 경험적 사건과 장소가 전설 형성의 주요 토대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이 전설들은 특정 지역의 역사적·정서적 기억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전국적으로 공유 가능한 가치와 감정 구조를 내포하고 있어, 인물전설의 지역성과 보편성이 역동적으로 교차하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본 논문은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정조대왕 전설을 단순히 역사를 배경으로 한 서사물이 아니라, 중앙과 지역, 권위와 민중, 역사와 기억이 상호 교섭하는 서사적 장으로 파악하였다. 특히 공간의 이동이 왕과 민중 사이의 물리적 거리 축소에 그치지 않고, 심리적·정서적 거리의 변화와 사회적 관계의 재구성을 동반한다는 점을 분석의 핵심 관점으로 설정하였다. 이를 통해 전설 속 공간은 삶의 장소이자 감정과 관계가 재편되는 역사 인식의 장으로 기능함을 밝혔다.
    연구 방법으로는 ????한국구비문학대계????를 비롯한 전국 단위 조사 자료와 수원·화성 지역을 중심으로 한 현지 조사 자료를 종합하여 정조대왕 전설의 전승 양상을 검토하였다. 이를 토대로 전설을 중앙–원거리 유형, 여로–경계 유형, 지역–근거리 유형, 중앙·지역 복합 유형으로 분류하고, 각 유형을 공간·장소적 측면, 심리·정서적 측면, 사회·계층적 측면이라는 세 가지 분석 축을 통해 고찰하였다.
    이러한 유형 분류와 분석을 통해, 정조대왕 전설에서 왕의 권위는 고정된 절대적 지위가 아니라 끊임없이 시험되고 재조정되는 과정으로 형상화됨이 확인되었다. 윤행임·채제공과 같은 인물들은 왕권에 균열을 가하거나 도전하는 존재로 등장하며, 정조는 항상 승자의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때로는 패배하거나 타인의 지혜를 인정함으로써 권위의 탄력성과 인간적 면모를 동시에 드러낸다. 또한 사도세자의 죽음에서 비롯된 상실감과 고독, 슬픔과 같은 정서적 내면이 적극적으로 서사화되면서, 정조는 위대한 성군이기 이전에 감정을 지닌 개인으로 재해석된다.
    더 나아가 전설 속 정조는 민중·신하·중간 관리·지관·과객 등 다양한 전승 주체와 상호적 관계를 맺는 존재로 형상화되며, 민중 역시 수동적 객체가 아니라 관계를 매개하고 의미를 생산하는 주체로 부상한다. 특히 중앙 권력의 명령이 지역 현장에서 그대로 집행되지 않고 해석·조정되는 장면들은, 중앙과 지역이 일방적 지배 관계가 아니라 긴장과 협상을 통해 공존하는 관계로 재구성됨을 보여준다. 이는 계층을 넘어선 연결성을 통해 상호주체적 공동체가 구현되는 서사적 가능성을 드러낸다.
    이러한 분석을 종합할 때, 정조대왕 전설은 공간·정서·사회 관계의 변화를 통해 민중의 역사 인식과 집단기억을 구현하는 서사적 장으로 기능한다. 궁궐–길–지역으로 이어지는 공간 이동은 지역과 중앙의 소통적 상호작용을 통해 민중의 삶의 공간을 확장시키며, 상하 간의 정서적 합치는 왕과 민중 모두를 인간적 주체로 재구성한다. 또한 계층을 넘어 형성되는 관계망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역사와 권위를 함께 사유하고 재해석하는 상호주체적 공동체의 가능성을 가시화한다. 이 과정에서 정조대왕 전설은 지역성과 보편성이 교차하며 형성된 집단기억의 산물이자, 민중이 역사적 인물을 통해 자신의 현실 인식과 공동체적 이상을 사유하는 문화적 실천으로 자리매김한다.
    요컨대 본 논문은 정조대왕 전설을 통해 민중이 공간의 이동 속에서 삶의 세계를 확장하고, 정서의 공유를 통해 인간적 주체성을 강화하며, 계층을 넘어서는 관계의 재구성을 통해 상호주체적 공동체를 형성해 왔음을 실증적으로 밝혔다. 정조대왕 전설은 단순한 역사 변형담이 아니라, 민중의 기억과 감정, 관계와 가치관이 응축된 집단기억의 결과물이자 지역성과 보편성이 교차하는 문화적 기억의 장이다. 이러한 논의는 인물전설을 민중의 역사 인식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문화적 과정으로 재위치시킨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의를 지닌다.

    목차

    1. 1. 서론 1
      1.1. 연구 목적 1
      1.2. 연구사 검토 5
      1.3. 연구 대상 및 연구 방법 14
      2. 공간 중심으로 본 인물전설 유형과 정조대왕 전설의 성격 19
      2.1. 인물전설의 공간과 지역성-보편성 문제 19
      2.2. 지역성과 범지역성으로 본 인물전설의 유형 23
      2.2.1. 지역에 기반한 토착적 인물전설 25
      2.2.2. 지역 출신의 전국적 인물전설 29
      2.2.3. 지역으로 편입된 전국적 인물전설 33
      2.2.4. 전국적 인물에 관한 범지역적 인물전설 38
      2.3. 정조대왕 전설의 복합적 성격 : 지역과 중앙의 병존과 상호작용 42
      3. 정조대왕 전설 전승 양상과 유형· 48
      3.1. 정조대왕 전설의 전승 양상과 자료 48
      3.2. 공간과 거리의 문제로 본 정조대왕 전설의 유형 58
      3.2.1. 중앙-원거리 유형 62
      3.2.2. 여로-경계 공간 유형 69
      3.2.3. 지역-근거리 유형 81
      3.2.4. 중앙·지역 복합 유형 93
      4. 지역성과 보편성을 축으로 한 작품 구조와 의미 분석· 104
      4.1. 지역성과 보편성의 분석 요소 106
      4.1.1. 공간·장소적 측면 : 구체적 삶의 장소와 추상적 정치 공간 106
      4.1.2. 심리·정서적 측면 : 향촌의 생활 감정과 인간 보편의 애환 109
      4.1.3. 사회·계층적 측면 : 평서민의 이해관계와 포괄적 공동체의 향방 111
      4.2. 중앙-원거리 유형의 구조와 의미 113
      4.2.1. 〈정조와 윤행임〉: 멀리 있는 ‘높은 분들’의 유희적 갈등과 화해 113
      4.2.2. 〈정조와 채제공〉: 지배자 군주의 권위와 인간적 면모 121
      4.3. 여로-경계 유형의 구조와 의미 128
      4.3.1. 〈남태령〉: 소통과 교감을 통한 지역 정체성의 재구성 129
      4.3.2. 〈용한 지관〉: 지역민의 존재감 발현을 통한 전향적 접속 136
      4.3.3. 〈용화사 미륵불〉: 지역의 문화관습 존중을 통한 사회적 연결 148
      4.3.4. 〈지지대 고개〉: 지역-중간 간 상시적 연결고리로서의 지명 151
      4.4. 지역-근거리 유형의 구조와 의미 155
      4.4.1. 〈벼락과거〉: 지역민의 결핍·욕망의 수용과 변화의 기회 제공· 155
      4.4.2. 〈송충이 씹은 정조〉: 억압된 감정의 극적 표출을 통한 인간적 합치 166
      4.4.3. 〈소나무 콩볶음이〉: 현장적 이해를 통한 이해관계 충돌 극복 177
      4.5. 중앙·지역 복합 유형의 구조와 의미 183
      4.5.1. 〈정조와 능참봉〉: 심리적 긴장의 지속을 통한 지역과 중앙의 연결적 공존 183
      4.5.2. 〈볼기 한 대〉: 지방관의 대리적 역할을 통한 이해관계 충돌 극복 194
      5. 정조대왕 전설의 역사·문화적 의미 202
      5.1. 지역과 중앙의 소통적 상호작용을 통한 삶의 공간 확대 202
      5.2. 상하 간의 정서적 합치를 통한 인간적 주체의 강화와 확장 209
      5.3. 계층을 넘어선 연결성을 통한 상호 주체적 공동체 구현 215
      6. 결론 223
      참고문헌 228
      부록 235
      ABSTRACT 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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