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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키워드
본 논문은 고대 그리스-로마의 명예와 수치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폭력적 보복(lex talionis)의 악순환에 대한 근본적 대안으로서 신약성경의 용서, 화해, 평화의 윤리를 탐구한다. 역사적으로 “도전과 응수”(challenge and riposte)라는 이 파괴적 기제는 현대의 분쟁 속에서도 끊임없이 작동해 왔으며, 국가들로 하여금 집단적 수치를 은폐한 채 학살을 통해 세속적 명예를 회복하도록 몰아갔다. 가해와 피해가 비극적으로 얽혀 있는 이 현실을 드러내기 위해, 본 연구는 1919년 일본군이 한국에서 자행한 제암리교회 학살과 1966년 베트남 전쟁 중 한국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을 교차 비교한다. 세속 국가 체제와 사법 재판이 참된 정의를 세우는 데 거듭 실패해 온 반면, 본 논문은 이 폭력의 사슬을 용기 있게 끊어 낸 개인들과 시민 단체들에 주목한다. 가해국의 수치를 짊어지고 사죄한 무라오카(Takamitsu Muraoka)와 레이지(Oyama Reiji) 같은 일본 그리스도인들의 실천적 궤적을, 자국의 가해 역사를 성찰하며 화해를 이끈 한국의 인물들 및 단체들의 궤적과 함께 살펴본다. 신학적으로 본 논문은 이러한 화평하게 하는 자들이 화해의 직분(diakonos)을 적극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명예와 수치의 법정”을 전복한 사도 바울의 사상을 구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용서하지 않는 종의 비유에 근거하여, 용서받은 죄인이 하나님의 자비를 본받는 “순환적 모방”(circular imitation)과 “후조건적 용서”(post-conditional forgiveness)를, 맘몬이 주도하는 거짓 평화(Pax Romana)를 극복하고 참된 그리스도인의 평화(Pax Christi)에 이르는 근본 기제로 제시한다. 궁극적으로 십자가의 수치를 끌어 안고 타자의 상처를 직면하는 것만이 절망의 역사적 순환을 끊는 유일한 길이며, 복 있는 화평하게 하는 자들이야말로 진정 하나님의 아들들임을 확증한다.
본문·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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