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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키워드
D. H. 로런스(D. H. Lawrence)의 「흔들목마 우승자(The Rocking-Horse Winner)」(1926)는 고딕적 서사의 틀 안에서 영국 에드워드조 시대 한 상류층 집안 출신인 폴(Paul)이라는 소년의 비극적인 죽음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단편소설은 같은 시기 로런스가 집필한 고딕 소설 「즐거운 유령들(Glad Ghosts)」(1926)과는 달리 육체화 한 유령을 다루지 않고, 대신 겉으로는 평화롭고 부유한 폴의 집안에 유령처럼 붙어 ‘돈’이 더 필요하다고 외치는 유령 같은 목소리를 불러내고 있다. 이 목소리는 폴을 공포에 떨게 만들고, 폴이 어린 소년에게는 현실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삶의 토대를 뒤흔드는 방식으로 돈을 벌게 만든다. 이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서 폴은 자신의 장난감 목마를 미친 듯이 탄 후 다가올 경마대회의 우승마를 예측하고, 경마 도박을 시작하면서 돈을 벌게 된다. 비록 폴이 우승마를 예측하고 도박을 하는 행위가 도박꾼처럼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실상 예측에 의지해서 위험을 감수하고 자본을 투자, 운영하는 금융자본주의의 본질을 보여주고 있다. 우승마 예측을 위해 목마를 타다가 죽게 되는 폴의 충격적인 죽음은 21세기 금융자본주의의 폭력성을 예지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고딕 서사와 자본주의 비판이 함께 묶여있는 이 소설의 기이한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본 논문은 ‘유령’을 중심으로 칼 맑스(Karl Marx)의 정치경제이론을 해석한 자끄 데리다(Jacques Derrida)의 유령론을 살펴보고자 한다. 『맑스의 유령들(The Specters of Marx: The State of the Debt, the Work of Mourning and the New International)』에서 데리다가 제시하는 ‘유령’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햄릿(Hamlet)』에 등장하는 유령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서구의 존재론적인 사고를 거부하고, 유령의 등장으로 발생하는 현실의 균열을 통해 현재적 질서인 ‘정당함’이나 ‘법’을 넘어서는 정의를 요구한다. 본 논문은 데리다의 유령론을 중심으로 「흔들목마 우승자」에서 등장하는 유령 같은 목소리를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현재적 질서를 넘어 온전한 삶을 모색하려는 로런스의 노력을 되새기고자 한다.
본문·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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