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pia 아르케 인터뷰-5] 아동심리상담 연구자, 황지원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DBpia 에디터입니다.

DBpia는 전공과 학위의 경계 없이 모여, 서로가 아는 것을 아낌없이 나누고 따뜻한 격려를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DBpia 아르케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이 ‘DBpia 아르케’로 활동하고 있는지, 한 분씩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황지원 선생님이 직접 그린, 자신의 연구 분야에 관한 그림
황지원 선생님이 직접 그린, 자신의 연구 분야에 관한 그림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은 황지원 선생님입니다.

#아동학대, #가정폭력 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생태학적체계이론 을 기반으로 #탐험 하고 #정책제안 까지 하는 황지원 선생님의 이야기를 함께 읽어보시죠!


#아동학대 #가정폭력

황지원 선생님, 안녕하세요. 연구 분야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국립부경대학교 일반대학원 유아교육학과 박사 과정생 황지원입니다. 저는 조금 다양한 전공 흐름을 가지고 있는데, 학부는 심리학, 석사는 유아교육학 내 아동심리 및 상담을 전공하였습니다. 인간이 아동기에 겪은 경험에 따라 현재를 살아가는 태도에서 다양한 차이를 보이는 거에 흥미를 가지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현재는 부경아동가족상담소 소속으로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와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2025년 상반기에 박사 과정을 수료하는지라 하반기부터는 다시 현장으로 나가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현장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가정폭력상담소(*정책 변화로 인하여 현재는 모든 가정폭력 상담소가 성폭력과 가정폭력을 통합해서 관리하는 통합상담소로 변경됨)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는 피해자들이 건강한 일상으로 회복하기 위하여 사회·정책적으로 많은 지원이 필요한데, 이러한 지원 방법이나 정책 변화의 흐름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건 역시 피해자들과 가장 가까운 곳이라서요.

현장에서는 주로 어떤 분들을 내담자로 만나시나요?

저는 주로 아동기에 학대를 당한 청소년 또는 성인을 대상으로 연구하고 있고, 현장에서도 그러한 내담자를 주로 만나왔습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나이대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 이유로 상담소에 방문하시는 편이었어요. 20대 초중반의 경우 아동·청소년기 동안 가정 내에서 아동학대를 견디다가 성인이 된 이후 부모와 분리되고 싶어 상담 및 제도적 지원을 받으러 오셨고, 30대나 40대의 경우에는 배우자의 가정폭력으로 인하여 상담 및 법률적 지원을 위하여 방문하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50대 이상의 분들도 드물게 계셨는데, 이런 분들은 자녀분이 부모님의 가정폭력 피해를 보다 못해 제발 이혼하시라며 모시고 오는 경우였어요.

지원 선생님이 현장에서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사례들을 마주하며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사안의 은폐성과 주변인들의 2차 가해입니다. 제가 상담을 하며 항상 보게 되는 부분인데 이 두 가지는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피해자를 억압하는 역할로서 작용합니다. 은폐성이란,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은 모두 외부에서 인지하기 어려운 가정 내에서 주로 시작 및 진행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들은 1차적으로 주변인에게 직·간접적인 도움을 요청하는데, 주변인들이 위로나 조언이라고 건넨 '그래도 부모님인데', '그래도 배우자인데', '네가 좀 더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니' 등의 2차 가해로 인하여 피해자를 더욱 고립시킵니다. 물론 주변인들이 피해자를 질책하거나 폭력을 당해도 싸다고 여기는 건 아니겠지만, 이들이 가볍게 던진 말이 피해자가 피해를 말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는 점은 큰 문제점으로 작용합니다.

주변인들 또한 소중한 타인의 피해 상황을 들으면 놀라거나 당황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경우, 섣부르게 피해자에게 조언하거나 상황을 무마시키는 게 아니라 전문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가정폭력상담소 등)을 소개해주는 게 훨씬 더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면 피해자들이 의료적 지원이나 법·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지원을 받는 동안 상담도 병행될 수 있기에 피해자의 궁극적인 회복을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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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적체계이론

현장에서 상담사로서 지원 선생님은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가장 주된 업무는 상담입니다. 상담 과정에서 내담자가 상담뿐 아니라 행위자 고소나 법제도적 지원을 바랄 경우 피해 사건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으며 기본적인 피해 증거 수집도 병행합니다. 사안에 따라 의료적 지원(병원비 지원, 병원 동행 등), 법적 지원(변호사 상담 지원, 법정모니터링, 신뢰관계인 동석, 탄원서 작성 등), 제도적 지원(가족관계증명서발급제한, 등초본열람제한 등), 경찰서 진술 동행, 쉼터 연계 등의 여러 업무를 상담사가 병행하고 있습니다.

상담 업무 말고도 업무 범위가 넓은 편인데, 힘들지는 않으세요?

저는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근절을 위하여 생태학적 체계 이론을 기반해 사안을 바라보고 있기에 오히려 업무 범위가 넓은 게 좋습니다. 내담자는 한 명이라도 내담자의 세계를 구성하는 수많은 존재들의 연대와 협업 속에서 내담자마다 어떠한 체계가 가장 도움이 되는지 보고, 그에 맞는 지원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뿌듯함을 느낍니다. 또한 상담사가 내담자를 배정받으면 내담자의 피해 회복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제가 담당하는 내담자가 피해를 회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보람도 굉장히 큽니다.

생태학적 체계이론이 뭔가요?

생태학적 체계이론이란 브론펜브레너(Bronfenbrenner)가 제안한 이론으로 개인이 살아가며 영향을 받는 5가지 체계에 관한 이론입니다. 미시체계, 중간체계, 외체계, 거시체계, 시간체계가 존재하는데 이 체계들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한 개인의 삶에 영향을 줍니다. 간단한 예시로 들자면, 아동학대나 가정폭력이 발생하였을 때 이웃이나 교사 등의 친밀한 미시체계가 제대로 작용하여 피해자를 발견하고, 부모의 친구나 조부모 등의 중간체계를 통하여 폭력 상황에서 구출되고, 사회복지기관 등의 외체계가 피해자를 지원하고,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다는 등의 문화, 관습인 거시체계 등을 통하여 사회적으로 보호 및 지원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현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한 개인이 홀로 바꾸거나 이겨낼 수 있는 상황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인 거대한 체계 속에서 서로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들이 폭력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부산 연구자의 권력이 느껴지는, 바다 배경으로 논문을 읽는 모습의 사진을 보내주셨어요!
부산 연구자의 권력이 느껴지는, 바다 배경으로 논문을 읽는 모습의 사진을 보내주셨어요!

#탐험가 #정책제안

연구자로서 황지원 선생님이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예요?

첫째는 연구참여자들의 변화입니다. 저는 주로 상담사례연구나 현상학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면담 과정에서 연구참여자들은 초반에는 상담이나 인터뷰 자체가 어색하거나 긴장된 태도를 보이는데, 만남이 지속될수록 자신의 이야기를 아무 평가 없이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거에 마음을 열고 점차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게 됩니다.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는 면담 과정에서 통찰을 하기도 하고, 스스로가 가지고 있던 비합리적인 신념에 의문을 가지며 자기를 괴롭히던 스스로의 행동에 의문을 가지며 변화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연구자인 제가 주로 건네는 건 지시가 아닌 질문임에도 연구참여자가 무언가 통찰하고 변화하는 과정 자체를 바라보는 게 저에게는 큰 보람으로 다가옵니다.

둘째는 동료 상담사와 사례를 나눌 때 예시로 들 수 있는 내용이 존재한다는 부분입니다. 저는 연구자이기 이전에 내담자와의 상담 윤리를 지켜야 할 상담사로서, 사전에 승인 받은 건을 제외하면 내담자의 개인정보나 상담 내용은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연구를 통하여 출간된 내용의 경우에는 다른 상담사들과 사례를 나누거나, 다른 내담자들에게 긍정적인 변화 과정과 관련한 예시로 보여줄 수 있어 긍정적인 요소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소소하게는 제가 담당한 사례를 보고 다른 상담사가 상담과 관련한 질문을 하거나 도움을 받았다고 할 때 보람을 느꼈습니다.

연구자 황지원을 수식하는 말을 뭘로 쓰고 싶으신가요?

'탐험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 연구는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와 같은 예민한 주제, 누군가에게는 기분 나쁠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과 위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모험과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러한 주제를 이야기하며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이나 현 제도의 미비함 등을 말할 수밖에 없으니 기분이 나쁠 대상이 당연히 존재하고요. 또한 저의 부주의로 인하여 연구 대상이 특정될 수 있기에 언제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퇴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탐험을 통하여 소외받고 있던 대상을 발견하고, 더 나아가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 자체로 저의 기쁨이자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요즘 여러 SNS에서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를 굉장히 가볍게 쓰는 걸 보았습니다. 다들 너무 쉽게 쓰고 있어 단어의 오용이 있기도 한데,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가스라이팅의 핵심은 내 삶의 주도권이 타인에게 넘어간다면, 더 나아가 그게 나를 힘들게 한다면 그건 정서적 학대인 가스라이팅입니다. 예를 들어, “너는 나의 자녀/연인/배우자이니까 당연히 이렇게 행동해야 해. 내 말에 따르지 않은 너는 잘못된 거야.”라는 요구를 받는다면, 그래서 내 이름은 사라지고 ‘누군가의 무언가’로만 살고 있다면 그건 건강하지 않은 관계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러한 말을 하는 대상이 부모나 가족이라면, 그 말이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의 시작이거나 이미 그 단계에 들어갔을 위험이 존재합니다. 만약 내가 잘 모르겠다, 힘들긴 한데 그 정도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면 근처에 있는 가정폭력 상담소를 방문하시길 바란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내가 피해자라는 확신이 들지 않더라도, 그저 단순한 의문이라도 괜찮습니다. 그 의문점이 당신이나 그 주변을 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의문하시고 답을 함께 찾아가셨으면 해요.

※ 연구 이야기를 나눠주실 인터뷰이를 모십니다. 희망자는 언제든 편하게 marketing@nurimedia.co.kr로 연락 바랍니다(간단한 자기소개와 인터뷰 신청 이유를 함께 적어주시면 인터뷰이 선정에 참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