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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키워드
이 글의 목적은 ‘고마쓰가와 사건(小松川事件)’의 범인으로 알려진 재일조선인 사형수 이진우와 저널리스트 박수남 사이에 교환된 서신을 ‘감옥 글쓰기(prison writing)’라는 텍스트-실천의 사례로 분석하고, 재일조선인의 삶/죽음에 관한 자기 기획의 각본들을 조명하는 것이다. 특히 해당 사건으로 촉발된 감옥 글쓰기의 공저자라 할 수 있는 두 재일조선인의 엇갈린 사유가 ‘고유명(proper name)’의 사용과 변천에서 결정적으로 확인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러한 관점을 통해 ‘고마쓰가와 사건’ 이후 감옥 글쓰기의 방식으로 생산된 자기서사를 다양한 층위의 명명 속에 구성되는 주체의 기획에 관한 각본들로 독해할 수 있다. 먼저 주목되는 것은 이진우가 한글 서명을 시도함으로써 자신의 이름에 내포된 단독성(singularity)을 주장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진우’라는 한글 이름은 오직 그 자신의 글쓰기 속에서, 서명이라는 형식적 엄정성과 선언성을 통해 수행된 것이며, 거기서 우리는 어떤 이유로도 공격받거나 손상되거나 침범당할 수 없는 단독성을 발견하게 된다. 한편, 박수남은 1963년 『죄와 죽음과 사랑』으로부터 16년 후인 1979년 출간된 『이진우 전서간집』에서, 이진우라는 이름을 보다 전형적이고 집단적인 이름으로 확장하는 시도를 보여준다. 그것은 1968년 개봉한 오시마 나기사의 영화 〈교사형〉 속에 나오는 조선인 ‘R’과 ‘R들(Rs)’을 ‘또 다른 R’로 재전유하는 방식이다. 박수남이 재일조선인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짐으로써 죽음을 맞은’ 〈교사형〉 속 R의 표상을 비틀어 ‘죽음’이 아닌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는 과정은, 이진우, 김희로, 서승 ․ 서준식 형제처럼 그 정치사회적 함의는 각각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감옥 글쓰기의 저자였던 남성/민족 주체의 글쓰기와 접속하면서도, 이를 ‘아직 이름을 가지지 않은 존재들’의 시간과 연결하는 감각에 의해 실천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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