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진로교육 원년 세대들의 고등학교 진로교육 경험과 의미를 탐구하였다. 이를 위해 2011학년도에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J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 5명을 연구참여자로 선정하여 1)연구 참여자는 고등학교 진로교육에서 무엇을 경험하였는가? 2)연구 참여자가 경험한 고등학교 진로교육 경험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연구 퍼즐을 설정하여 진로 내러티브 면접을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서 도출된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연구참여자들에게 중요하게 인식되는 진로교육경험은 진로심리검사, 진로체험, 직업인 인터뷰, 개인상담 및 집단상담, 독서토론 및 토론회, 동아리 활동, 롤모델 설정, 독서체험등이었다. 진로심리검사는 새로운 자기발견의 도구로서 ‘문과 선택의 근거자료가 되다’, ‘자신을 환영하는 진로가 있음을 알게되다’, ‘꿈의 정당화 근거가 되다’, ‘변화의 내재된 가능성을 보여주다’로 표현되었다. 진로체험은 학교 교육과정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이라고 불리는 활동들을 포괄하여 말하고 있었다. 연구참여자를 그 진로체험을 직업세계에 대한 이해 확충과 진로에 매칭 탐색으로 경험하였음을 보여주었다. 각 체험자들은, ‘법조인의 길을 찾다’, ‘놀았던 지난 세월에 대해 후회하다’, ‘국문학의 길을 안내받다’, ‘미래 영문학도로 살기를 굳히다’, ‘역사교사의 자질을 찾다’로 표현되었다. 동아리체험은 ‘교육자로서의 흥미를 발견하다’, ‘기대한 것 이상의 실무체험을 하다’로 표현되었다. 직업인 인터뷰는 ‘국어교사로 정한 진로에 회의가 들다’, ‘교사의 자질에 대해 고민하다’, ‘대학교수가 되는 길을 알다’등으로 표현되었다. 개인상담 및 집단상담은 ‘변화를 위한 첫 걸음이 되다’, ‘교사의 꿈을 안겨주다’, ‘공감의 폭을 넓혀 주다’로 표현되었다. 독서토론 및 토론회 참여는 ‘자기능력 및 관심영역을 확인하다’, ‘해냄을 경험하다’, ‘문학적 적성을 피드백 받다’로 표현되었다. 롤모델 설정은 ‘북 에디터의 직업세계를 이해하다’, ‘번역가에서 교수로 진로를 바꾸다’, ‘역사교육학과를 가야겠다’ ‘교사가 되겠다고 다짐한다’로 표현되었다. 독서체험은 ‘영문학에 끌리는 이유를 발견하다’와 ‘교사의 자질을 찾다’로 표현되었다.
연구참여자들의 고등학교 진로교육경험의 의미는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다 ’, ‘내게도 강점이 있음을 발견하다’, ‘스스로 성찰하고 관리하다’, ‘진로 정보를 찾고 정리하는 데 익숙하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 확장되다’, ‘불확실함에 도전하는 힘을 기르다’, ‘내가 선택하고 책임지는 삶의 운전자가 되다’로 표현되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논의를 거쳐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첫째, 연구참여자들이 고등학교 진로교육경험을 통해 축적된 자기 삶의 주도적 관리 역량은 졸업 이후의 진로개발에도 도움이 되고 있었다. 이는 고등학교에서 진로교육을 전 생애적 진로발달의 관점으로 수행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둘째, 고등학교에서 수행하는 각종 진로교육 내용들이 일회적인 경험으로 끝나지 않고 당시 학생의 상황을 분석하고 이야기 소재로 활용되고 있었으며, 다음 단계의 체험활동으로 연동되고 있었다. 이는 각자 자기 삶의 주제에 맞게 구성해 가도록 진로교육이 가능했음을 보여주었고, 개별 맞춤식 진로교육이 가능함을 시사하고 있다. 셋째, 대학-고교 연계 프로그램을 경험한 학생들은 전공만족도가 높았다. 이를 통해 고교-대학간 전공 연계 체험프로그램을 더 많이 개발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넷째, 고등학생들이 진로를 설계하고 준비하는 과정에는 교사들의 적극적인 정서적 지지와 따뜻한 관심이 필요함이 확인되었다. 이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진로교육 연수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다섯째, 입학사정관제도가 학교현장의 교육방향을 선도하고 진로교육의 내실화에 크게 기여하였음을 확인하였다. 고등학교에서 교사들은 학생들이 잠재력을 발견하도록 돕고, 학생들이 진로 준비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재촉하지 않고 견뎌주는 교육의 장으로 변한 실증적 자료를 보여주었다. 이는 입학사정관제도의 부정적 효과가 크게 부각되고 있는 지금 싯점에 교육정책수립자들이 그 제도가 고등학교의 진로교육에 주었던 긍정적효과를 주시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여섯째, 부모의 경제적 어려움이나 진로정보가 부족한 소외계층의 자녀들이 진로교육과 다양한 입학전형을 통해 희망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학력, 학벌경쟁이 만연하여 사교육이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진로교육을 받으며 사교육없이 공교육만으로도 당당하게 자신의 진로를 개척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로써 진로교육은 사교육을 예방할 수 있고, 소외계층의 학생들에게 희망의 사다리가 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일곱째, 연구자가 이와 같은 진로교육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작동되는 체계가 이러한 진로교육활동을 가능하게 해주었고, 그 체계를 조성하는 중심인물로 학교장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고등학교에서 진로교육이 진학교육과 조화를 이루며 내실화하기 위해서는 학교장의 진로교육에 대한 인식이 선행되어야 교사들의 유기적 협조체계가 구축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 연구의 의의는 첫째, 고등학교에서 진로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요인들이 진로교육을 통해 개인의 체계 속에서 어떻게 주도적으로 통합을 이루는지 그에 대한 구체적 과정을 밝혔다는 데 있다. 둘째, 연구자가 고등학교 진로교육경험을 공유한 시간이 10년째인 연구참여자들로부터 그들의 진로교육 경험이 사라지기 전에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담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 이 연구는 세월이 지난 후에도 고등학교때 받았던 진로교육이 그들의 경험과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그려보았던 연구라는 데 의의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질적 연구들을 바탕으로 진로교육의 경험과 효과를 측정하는 본질적인 현상을 담은 평가도구들을 개발할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