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여신적 인간의 다양한 형상화 방식으로부터 여신성(與神性) 개념을 추출하고, 여신성을 토대로 김동리 소설을 총체적으로 해석하여 그 문학사적 의미를 밝히고자 한다. 김동리는 한계에 부딪힌 인간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적 존재로서의 새로운 인간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김동리는 이를 여신적 인간이라 일컬으며 ‘신을 내포한 인간’이라 규정하였다. ‘신을 내포한 인간’은 근대인간주의의 반신적(反神的) 성격에 대한 반작용으로 인해 도출된 김동리의 용어로서 ‘여신적(與神的) 인간’을 말한다. 김동리의 주요 작품이 담고 있는 주제는 신과 인간의 관계이고, ‘여신적 인간’은 전 창작 기간에 걸쳐 끊이지 않고 등장한다. 따라서 여신성은 김동리 소설의 핵심에 접근하는 통로이다.
김동리 소설의 ‘여신성’을 이해하기 위한 자유의지의 개념은 일차적으로 일상적 자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의지가 아니라, 초월적 자아가 외재적 신성 또는 자연의 여율과 호흡하고자 하는 의지를 말한다. 이러한 자유의지는 일상적 자아의 욕망과 연결될 수도 있고, 일상적 자아의 욕망과 상관없이 신성과의 접신 자체에만 집중할 수도 있다. 전자는 일상적 자아가 가진 어떤 염원이 극도의 간절함과 절박함 속에서 내부의 초자아를 깨울 경우에 외재하는 신이나 ''율려(律呂)''―김지하가 언급한―와 같은 대자연의 흐름이 그 염원과 어우러져 실제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이와 달리 후자는 인간 세계에서 갖는 특별한 목적의식이 없는 채로 신성의 에너지, 즉 대자연의 율려와 융화되고자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자유의지에 대한 관점을 토대로 하여 본고는 여신성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여신성의 유형은 귀의적(歸依的) 여신성, 의지적(意志的) 여신성, 교류적(交流的) 여신성이다.
여신성의 유형을 구분하는 첫 번째 기준은 자유의지의 강도이다. 자유의지의 강도는 ‘미약-주도-균형’의 세 가지 강도로 나눌 수 있다. 자유의지의 강도가 ‘미약’의 단계일 때는 신성이 인간을 주도하면서 신격 언어로서의 메시지를 통해 인간 행위를 좌지우지 한다. 이것이 김동리가 언급한 신들린 인간이다. ‘주도’의 강도는 인간의 자유의지가 신성보다 우위를 점하는 상태를 나타낸다. 자유의지의 ‘주도’ 단계에서는 인간의 현실적 욕망이나 대의를 위한 간절한 목표의식이 초월적 영역에 있는 신성의 감응을 유도한다. ‘균형’의 강도는 ‘미약’과 ‘주도’의 중간 단계로서 양적 절충의 강도로 이해된다.
여신성의 유형을 구분하는 두 번째 기준은 초월을 지향하는 주체의 최초 움직임에서 포착되는 태도 및 방향성에 있다. 태도라는 기준은 초월 상태에 대한 피동성과 능동성을 말한다. 방향성이라는 기준은 보통의 인간을 여신적 인간의 위치에 도달하는 방식의 문제를 가리키는데 신성의 외재성과 내재성을 함께 검토하여야 한다. 먼저, 외재적 신성이 인간에게 접근하여 초월이 성취되는 경우를 하나의 방향성으로 설정할 수 있다. 둘째, 인간이 철저하게 현실적인 목표 의식을 갖고 외재적 신성의 능력을 갈망하고 소원을 성취하는 경우를 또 하나의 방향성으로 설정할 수 있다. 셋째, 외재적 신성에 의해 인간의 자유의지가 극도로 약화되었다가 특정한 계기로 인해서 인간 내부에 있는 초월적 자유의지가 외재적 신성의 비중을 밀어내고 자생적인 방식으로 내재적 신성을 성취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귀의적 여신성은 신적 세계나 신적 존재의 강력한 자장 속에 흡수되어 살아가는 여신적 인간형의 특성을 말한다. 김동리의 초기 소설에는 신들린 인간이나 자연의 흐름에 완전히 융화되는 인간이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여신적 인간의 삶은 신의 감응과 신이한 일들로 가득하지만, 그러한 신비로운 에너지를 이끌어 가는 인간 자유의지의 방향성이 상실된 경향을 보인다. ?바위?(1936), ?무녀도?(1936), ?산제?(1936)는 자연물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바위, 물, 눈 덮인 산과 동화되는 인간을 보여주며, ?황토기?(1939), ?달?(1947), ?역마?(1948)는 자연의 리듬이 몸과 마음에 전이되어 그 흐름대로 살아가는 인간을 보여준다.
의지적 여신성은 인간의 자유의지가 근원적 힘이 되어 신성과의 결합이 이뤄지는 것을 형상화하는 개념이다. 인간 내부에서 시작된 현실적 목표가 간절한 염원의 형태로 신성의 에너지를 소환하는 것을 형상화한다는 점, 신성이 인간에게 결코 먼저 접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귀의적 여신성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의지적 여신성의 유형은 다시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현실적 목표를 지닌 인간으로서 외재적 신을 거부하고 인간으로서의 초월적 면모를 드러내는 경우를 들 수 있다. 김동리는 ?마리아의 회태?(1955), ?사반의 십자가?(1955-57), ?목공 요셉?(1957), ?부활?(1962)을 통해 기독교의 신성에 대응하는 범신론적 여신성의 위치를 확고히 하면서 사반을 통해 여신적 인간의 자유의지를 강조한다. 의지적 여신성의 또 다른 유형은 현실적 목표에 대한 간절한 염원과 기도로 외재적 신의 ‘감응’을 얻어내는 경우이다. 김동리는 ?석탈해?(1957), ?원화?(1957), ?미륵랑?(1957), ?수로 부인?(1957), ?아도?(1971-72), ?삼국기?(1972), ?대왕암?(1974-75)에서 화랑의 국가수호 의지가 간절한 기도를 통해 ‘검님’이라는 외재적 신성과 연결되어 현실적 목표를 달성하는 장면들을 보여준다.
교류적 여신성은 귀의적 여신성에서 자유의지를 수용하는 형태의 여신성을 말한다. 신들린 인간이나 불성에 심취한 여신적 인간이 거꾸로 자유의지의 영역과 만나 교류하는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유의지와 신성이 결합된다는 점에서는 의지적 여신성과 유사하나, 의지적 여신성은 자유의지를 바탕으로 신성을 결합시키는 반면에 교류적 여신성은 귀의적 여신성에서 자주 발견되는 형태의 신성 쪽에서 자유의지를 결합시킨다. 자유의지와 신성이라는 형질 구성은 같으나 형성 원리가 다르다는 것이다. ?등신불?(1961), ?극락조?(1968)에는 불성과 자유의지의 교류 양상이 나타나며, ?무녀도?(1963), ?까치 소리?(1966), ?눈 내리는 저녁 때?(1969), ?저승새?(1977)에는 자연의 여율과 자유의지의 교류 양상이 나타난다. ?을화?(1978)와 ?만자동경?(1979)에서는 귀의적 여신성이나 의지적 여신성에서는 확보하지 못했던 적절한 거리가 마련되고, 여신적 인간의 미학적 완성형이 정립된다.
여신성의 관점에서는 김동리 소설이 세 가지 측면에서 새롭게 해석될 수 있다.
첫째는 시기 구분이 새로워진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해방기, 한국전쟁기, 1960년대 당대소설, 말년 소설 등으로 구분되었던 김동리 소설의 흐름이 여신성의 관점에서는 ?인간동의?(1950)를 기점으로 귀의적 여신성과 의지적 여신성의 시기로 나뉘며, ?당고개무당?(1958)을 기점으로 의지적 여신성과 교류적 여신성의 시기로 나뉜다.
둘째는 종교 관련 소설들이 여신성이라는 하나의 개념을 통해 통합적인 해석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특정 종교의 관점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김동리 소설의 핵심 주제인 ‘신과 인간의 관계’는 자유의지와 신성과의 여러 관계 구도를 보여주는 여신적 인간 유형 구분에 의해 종교의 경계를 넘는 포괄적 이해에 도달한다.
셋째는 순수성과 정치성이 동시에 나타나는 김동리 소설의 이율배반적 성격을 하나의 지향점을 향해 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여신성은 김동리 소설의 초월적 성격을 해명하는 도구로서,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했던 해방기 소설이나, 주로 남녀 간 애정 문제를 다루어 대중 소설로 평가된 당대 장편소설을 특정 면모를 과도하게 보이는 신화적 인물의 관점에서 재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신성이라는 개념은 김동리 소설의 내적 의의를 마련하는 토대가 되기도 하지만, 한국현대소설사에서 김동리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는 중요한 요건이다. 김동리는 논리적 장치들과 필연성으로 이루어진 소설에 초월의 영역을 생성시켜 소설을 신과 인간이 만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김동리의 문제의식은 인간 세계의 것을 포함하되 거기에 한정되지 않고 인간의 합리성 너머에 있는 것들에까지 주목함으로써 소설이 다루는 인간 보편성의 외연을 확장했다고 할 수 있다.

This study seeks to extract the concept of human divinity from various forms of divine human beings, and to interpret Kim Dong-li’s novel as a whole based on human divinity to reveal its literary historical significance. Kim Dong-li tried to present a new human as an alternative existence to solve the problem of human reality that has reached its limits. Kim Dong-li called this ‘divine human being’ and defined it as ‘a human being who contains god’. ‘a human with god’ is a term derived from Kim Dong-li’s counteraction to the anti-divine character of modern humanism and refers to ‘divine human being’. The theme of Kim Dong-li’s major works is the relationship between gods and humans, and ‘divine human being’ constantly appears throughout the entire creative period. Therefore, ‘human divinity’ is a pathway to access the core of Kim Dong-li’s novel.
The concept of free will to understand ‘human divinity’ of Kim Dong-li’s novel is not primarily the will to satisfy the desires of the ordinary ego, but the will of the transcendent ego to breathe with the external divinity or the rhythm of nature. Such free will can be connected to the desires of the ordinary ego, or it can focus only on the contact with the divine itself regardless of the desires of the ordinary ego. The former means that when a certain desire of the ordinary ego awakens the inner superego in the midst of extreme eagerness and desperation, the rhythm of nature, such as an external god or ‘Yulyeo’―mentioned by Kim Ji-ha―, blends with the desire and makes the desire become reality. On the contrary, the latter refers to the desire to be harmonized with the divine energy, that is, the laws of Mother Nature, without a special sense of purpose in the human world.
Based on this perspective on free will, this paper classifies human divinity into three types. The types of human divinity are obsessed, volitional, and interactional.
The first criterion to distinguish the types of human divinity is the strength of human free will. The strength of free will can be divided into three strengths: ‘weak-leading-balance’. When the strength of free will is in the ‘weak’ stage, the divine takes the lead and controls human behavior through the message of the divine language. This is the godly human being mentioned by Kim Dong-li. The intensity of ‘leading’ indicates the state in which human free will takes precedence over divinity. In the ‘leading’ stage of free will, human realistic desire or eager sense of purpose for a cause induce the divine response in the transcendental realm. The strength of ‘balance’ is an intermediate stage between ‘weak’ and ‘leading’ and is understood as the strength of quantitative compromise.
The second criteria for classifying the type of human divinity are the attitude and direction captured in the initial movement of the subject toward transcendence. The criterion of attitude refers to the passivity and activeness of the state of transcendence. The criterion of direction refers to the way in which ordinary human beings reach the position of ‘divine human being’, and the exteriority and immanence of the divine must be considered together. First, the case where the extrinsic divinity approaches humans and transcendence is achieved can be set as a direction. Second, another direction can be set when human beings have a thoroughly realistic sense of purpose, long for the external divine power, and achieve their wishes. Third, there are cases in which human free will is extremely weakened by extrinsic divinity, but due to a specific occasion, the transcendent free will within man pushes away the weight of extrinsic divinity and achieves immanent divinity in an autogenous way.
The obsessed human divinity refers to the characteristics of divine human beings who live by being absorbed in the powerful magnetic field of the divine world or divine existence. In Kim Dong-li''s early novels, humans who are possessed or fully integrated with the flow of nature often appear. The life of these divine human beings is full of divine responses and divine things, but the direction of human free will that guides such mysterious energy tends to be lost.
“The Rock”(1936), “Munyeodo(Painting of the Shaman)”(1936) and “Sanje(Rite on a Mountain)”(1936) show humans assimilated with rocks, water, and mountains, which are natural objects themselves. “The Moon”(1947) and “Yeokma (Vagabondism)”(1948) show humans who live according to the flow of the rhythm of nature transferred to the body and mind.
Volitional human divinity is a concept that symbolizes human free will becoming the fundamental force and union with the divine. It shows a clear difference from the obsessed human divinity in that the realistic goal started from within human beings symbolizes the summoning of divine energy in the form of earnest desire, and that the divine never approaches humans first. There are again two types of willful human divinity. First, as a human with a realistic goal, he rejects an external God and reveals his transcendent side as a human being.
Kim Dong-li strengthened the position of the pantheistic human divinity in response to the divinity of Christianity through “Maria''s Gestation”(1955), “Schaphan’s Cross”(1955-57), “Joseph the Carpenter”(1957), and “Resurrection” (1962), emphasizing the free will of divine human being. Another type of volitional human divinity is the case of obtaining ‘response’ from an external god through eager desire and prayer for a realistic goal. Kim Dong-li is in “Seoktalhae”(1957), “Wonhwa”(1957), “Mireuk-rang”(1957), “Madame Suro”(1957), “Addo”(1971-1972), “Three Kingdoms”(1972), and “Daewangam(Royal Tomb of King Munmu)” (1974-1975) shows scenes where Hwarang’s will to protect the country is connected with the external divinity of ‘Geom’ through eager prayer to achieve a realistic goal.
Interactional human divinity refers to a form of a human divinity that accepts free will from the obsessed human divinity. It shows the way in which humans possessed by gods or divine human beings who are fascinated with Buddha-nature meet and interact with the realm of free will. It is similar to the volitional human divinity in that free will and divinity are combined, but the volitional human divinity combines divinity based on free will, whereas interactional human divinity combines free will in the divinity of the form frequently found in obsessed human divinity. Both forms of human divinity are the same in terms of components(free will and divinity), but are the different in terms of principle of formation.
An interactional pattern between Buddha-nature and free will appears in “Deungshinbul(The mummy of monk)” (1961) and “Geuklakjo(The Bird of Paradise)”(1968), and the interactional pattern between rhythm of nature and human free will appears in “Munyeodo(Painting of the Shaman)”(1963), “The Sound of the Magpie”(1966), “A Snowy Evening”(1969), “Jeoseungsae(The Bird from afterlife)” (1977). In “Eulhwa”(1978) and “Manja-donggyeong(Shaman''s Copper Mirror)”(1979), an appropriate distance that could not be secured in obsessed human divinity or volitional human divinity is provided, and the aesthetic perfection of the divine human being is set up.
From the perspective of human divinity, Kim Dong-li''s novel can be newly interpreted in three aspects. The first is that the division of time is new. The flow of Kim Dong-li''s novel, which was divided into Japanese colonial period, liberation period, Korean War period, contemporary novels of the 1960s, and novels of his later years, is divided into the period of obsessed human divinity and volitional human divinity, starting with “Human Consent”(1950), from the viewpoint of human divinity. Starting with “Danggogae Mudang(The Shaman in Danggogae Hill)”(1958), it is divided into the period of volitional human divinity and interactional human divinity.
The second is that religious novels lead to an integrated interpretation through the single concept of human divinity. The core theme of Kim Dong-li’s novel, which could not be explained from the point of view of a specific religion, ‘the relationship between god and man’, reaches a comprehensive understanding that transcends the boundaries of religion by classifying the divine human type, which shows various relationships between free will and divinity.
The third is that it opens a way to interpret the contradictory nature of Kim Dong-li''s novel, which shows both purity and politics, as a natural process toward a single goal. As a tool to elucidate the transcendental nature of Kim Dong-li''s novel, human divinity can make characters biased toward a specific ideology and obsessed with affection reevaluated as a mythical characters that shows excessively a certain aspect.
The concept of human divinity is also a basis for establishing the inner significance of Kim Dong-li''s novels, but it is an important condition that further solidifies Kim Dong-li''s position in the history of modern Korean novels. Kim Dong-li created a realm of transcendence in a novel composed of logical devices and inevitability, making the novel a space where gods and humans meet. It can be said that Kim Dong-li''s novel-consciousness expanded the scope of human universality dealt with in the novel by paying attention to things beyond human rationality, including but not limited to the human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