二程이 『중용』을 토대로 미발본체와 수양공부의 핵심이론을 전개한 이후, 체용에 대한 규정, 已發ㆍ未發의 관계, 공부방법 등은 理學자들의 화두가 되었다. 20년 가까이 주희와 논쟁을 지속하였던 육구연도 이에 대한 자기만의 이론체계를 구축하여, 이천과 그의 영향아래 형성된 주희 등의 관점에 의문을 피력하였다. 요약하면, 육구연은 본체를 마음과 구분되는 성이 아니라 성과 구분 자체가 불가능한 본심으로 보고, 체용을 시간적 선후관계로 보지 않으며, 이발과 미발이 비록 심리활동의 각기 다른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라 할지라도 동일한 마음상태를 지녔다고 보았다. 심과 성, 체와 용, 이발과 미발이 모두 구분자체가 불가능한 일원적 관계라는 것이다. 이에 본체를 확립하고 있으면 드러난 마음은 당연히 中節하고, 드러난 의념이 바르면 그 본체 역시 참됨을 이루고 있게 된다. 또 의념이 싹트기 이전 마음과 분리된 본성을 본체로 본 것이 아니라 마음의 본래상태를 본체로 보았기 때문에, 마음이 물욕과 잘못된 습관, 자기고집에 가려 마음의 본래 상태를 잃어버리면, 본심의 기능을 역시 상실하였다고 말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그는 또 미발과 이발이 동시적이고 같은 마음상태를 지녔다고 보았다. 이발은 미발의 기초아래 형성되므로, 이미 드러난 마음이 잘못되면 미발 역시 ‘바르지 않은 상태(不正)’가 될 수 있다. 그가 미발과 이발의 공부를 둘로 나누는 것을 반대하고, 일상 속에서 드러난 이 마음에 집중하여 의념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바름을 지키는 공부가 성인 가르침의 핵심이라고 말한 것도 당연한 결과였다. 그래서 그는 배우는 자가 본래 마음을 회복하게 되면, 티끌 한 점 없이 깨끗한 거울처럼 마음은 어떠한 기준도 설정하지 않고 이 순간만을 위해 살며, 지금 바로 여기에 옳은 마음을 드러내 무궁한 이치를 창조하는 삶을 살고, 또 저절로 도덕적 사고와 행위를 하게 되어 ‘참된 나’와 ‘참된 만물’이 서로 감응하여 만물일체를 실현하게 된다고 보았다. 주의할 점은, 그에게 있어 홀연히 만물의 이치를 모두 깨닫고 관통하는 성인과 같은 경지는 공부를 통해 최종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이지, 공부의 주된 종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관통의 경지보다 매 순간마음에 집중하고 본심을 확충하는 것이 학자가 힘써야 할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