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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기본 정보

자료유형
학술저널
저자정보
이경수 (중앙대학교)
저널정보
국제비교한국학회 비교한국학 비교한국학 Comparative Korean Studies 제31권 제1호
발행연도
2023.4
수록면
233 - 271 (39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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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에서는 1922년 3월에 썼다고 정지용이 창작 시기를 직접 밝힌 「풍랑몽1」 이 직접 바다를 체험하기 이전에 쓰인 시라는 사실에 주목해 정지용의 초기 시에 압 도적으로 등장한 바다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1923년 휘문고보를 졸업하고 같은 해 4월 부관연락선을 타고 바다를 건너 일본 도시샤 대학으로 유학을 간 후 6년이라는 기간 동안 고향에 다녀갈 적마다 건넜을 ‘바다’를 실컷 체험한 후에 쓰인 「바다」 시편은 정지용의 ‘바다’ 표상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금강산 기행 과 관련 있어 보이는 ‘동해’가 등장하는 두 편의 시 「절정」과 「비로봉」에서는 또 다른 바다가 포착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인의 상상 속에서 그려진 ‘바다’가 타고르의 영향을 받은 낭만적으로 채색된 바다의 모습에 가까웠다면 식민지 조선의 청년 시인으로서 바다를 직접 체험한 후 그 려진 ‘바다’에는 정지용이 느낀 시대 감각과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으로서의 비애와 자조의 심정이 조형화되어 한층 복합적인 표상으로 ‘바다’가 형상화되어 있었다. 그 런가 하면 금강산 기행의 체험을 바탕으로 등장한 ‘동해’에는 이전의 추상화된 바다 와는 다른 구체적인 장소성이 새겨지면서 시집 H백록담H 수록 시편을 예비하는 변화 를 드러내 보였다. 정지용의 초기 시에 나타난 바다를 이렇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살펴볼 때 정지용의 시에 대한 선입견의 일부를 수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마련된다. 초기의 정 지용 시에 대해서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서구 이미지즘의 영향을 받은 시라는 편 견을 걷어내면 생각보다 정지용의 시는 구체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 을 알 수 있다. 특히 ‘바다’를 우주적 감각으로 조형화해낸 정지용의 독특한 감각은 어느 날 갑자기 획득된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의 바다 체험을 바탕으로 바다라는 대 상을 관찰하고 파악하고자 한 시인의 오랜 시적 수련의 결과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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